사람은 자기 위치에 따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루카 17, 7-10> 11월 8일

사람은 자기가 원하지 않아도 남자로, 여자로 태어나서 각자 자기 성을 따라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고 직업을 선택한 후 직업에 따른 의무가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은 서로 다릅니다. 또한, 남편의 역할과 부인의 역할이 서로 다릅니다. 주어진 의무를 따라 살고 결실을 보아야 합니다. 자연의 현상도 배나무는 배를 주고, 감나무는 감을 주고, 사과나무는 사과를 내줍니다.

저는 사제로 살면서 내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며 공로 의식이 없습니다. 배운 대로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사는 것 외에 특별한 보상을 바라지도 구하지도 않고 그저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아니, 해야 함을 의식하고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도원 돼지우리에서 음식 찌꺼기를 먹이며 키웠습니다. 돼지는 어느 날 소시지 만드는 곳에 끌려가 죽게 되는데 손이 없다고 해서 제가 불려가서 돼지 잡고 손질하게 되어 돼지털을 뽑다가 죽은 돼지 대신 간단한 기도를 하고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 저를 수많은 도살장에서가 아니고 수도자들이 먹다 남은 거룩한 음식을 먹고 자라게 하여 여기 희생양처럼 바쳐져 감사합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거룩한 수도자들의 입으로 들어가 주님을 찬미 찬송하고 감사하는 기도에 힘이 되는 것으로 사용되는 이 몸을 수사님 손에 정성껏 봉헌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찮은 돼지도 자기 일을 다 하고 감사기도 하듯이 우리를 살도록 하시려고 생명을 유지하도록 숨 쉬게 하시고, 영양분을 주시고 살아 움직이게 하셨으니 언제나 감사기도 드리며 살아가야 합니다.

감사기도는 말로만이 아니라, 실천이 따라와야 완전한 기도가 됩니다. 제 아버님은 외인으로 사시며 하루는 “야! 너희들 성당에 가서 빌어봐야 밥이 나오니, 돈이 나오니? 나는 돈을 벌어 너희에게 먹을 것 입을 것 주는데 나를 믿어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신학교 간다고 하니 식구들 책임지기 싫어서 도망간다고 하셨습니다. 신학교를 찾아오시다가 어떤 친구를 만나서 신학교 아들 만나러 간다고 하니 “그 어려운 공부를 하러 갔네.”라는 말씀을 듣고 감동의 말씀 하시면서 잘 견디라고 하셨습니다. 수도원 수련 때 수도원 찾아오셔서 필요한 것 있냐고 하시기에 설탕이 먹고 싶어서 “사탕” 하니 어디 가셔서 사탕을 한 봉지 사 오셨습니다. 돌아가신 다음 저는 임종 대세를 “바오로” 이름으로 드리고 하느님 나라로 보내드렸습니다.

저는 말뿐만 아니라, 몸으로 전하고 받아들이게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같이 주님 앞에 할 일을 하고 살 뿐입니다.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기에게 지워진 의무를 다하고 공로를 앞세우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하고 고백하며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