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죽음이 없다. <루카 20, 27-38> 11월 6일

가을에 잎이 땅에 떨어져 나무가 생명을 잃은 것 같아도 땅속에 뿌리가 깊이 내려있는 나무는 추운 겨울을 견디고 살아서 봄에 다시 새싹이 돋아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여 꽃 피고 열매 맺고 다시 봄, 여름, 가을을 장식합니다.

이같이 하느님을 믿고 찾아 따르는 사람은 밤이 와도 빛 속에 살며 새날 새 아침을 맞이합니다.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져도 끝이 아닌 것같이 밤에 태양이 없어도 빛 속에 사는 것같이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하느님 앞에 있으면 죽음이 없습니다.

오늘 주님은 하느님은 모든 사람에게 살아계신 분이라 하십니다.

세상에서는 하느님 보지 못하고 죽어서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현존을 믿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 가을 산을 돌다가 발밑에 바싹 밟히는 가랑잎을 느끼며 ‘가랑잎아, 너는 이제 아무 쓸모 없는 쓰레기가 되어 사람들의 발밑에 갈려 부서지고 있구나’ 생각하며 쓸쓸하게 생각하고 지나가려고 하니 가랑잎이 “잠깐, 저를 무시하고 지나가지 마세요.” 하기에 발을 멈추고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봄에 저는 희망을 주는 새싹으로 나뭇가지에서 돋아나 꽃 피게 하고, 나무에 태양의 영양분을 나르고 열매를 맺게 하며 나무를 자라게 하고, 여름내 몽우리 진 풋과일에 영양을 공급하여 열매를 익히고 힘을 다해 제 역할을 다하다가 이제 기력이 다해 단풍이 되어 마지막을 장식하다가 나무에 더 이상 붙어있지 못해서 떨어져 여기저기 뒹굴고 있지만, 저는 아직도 이 나무에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저의 본분은 뿌리들이 추운 겨울나기 위해 나무뿌리를 덮고 있다가 눈 맞으며 이 몸이 썩어 부서져도 나무에 더 좋은 거름이 되어 더 튼튼한 나무가 되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나는 쓰레기가 아닙니다. 내 몫을 다하고 거름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때 “낙엽아, 고맙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는 이렇게 우주 만물이 제자리에서 자기 일을 다하게 하십니다.

사람이 죽으면 불에 넣어 태우고 땅에 묻히게 되지만, 그 뒤의 세상은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하느님의 은총 속에 삽니다.

가랑잎이 쓰레기가 아니듯이 사람의 삶도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자리에서 영복을 누리고 영원히 사는 것입니다. 영원한 침묵 속에 계신 분이 하느님이 아닙니다. 한순간도 행복의 끈을 놓지 않고 함께 살아 계신 하느님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차별을 두고 사람을 대하지만, 하느님은 아무런 차별 없이 오히려 죄인, 가난한 사람, 보잘것없이 보이는 사람에게 더 큰 사랑을 보이시며 품어주십니다.

하느님에게는 미움도 원망도 절망도 시련도 없이 이런 사람 모두 당신 사랑의 용광로에 넣어 정화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대하십니다.

땅에 떨어진 가랑잎같이 쓰레기처럼 보여도 그 안에 참된 의미가 살아 움직이듯이 우리도 살아 계신 주님과 하나 될 때 모든 것이 의미가 있듯이 오늘 하루 작은 일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 안에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