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영원한 것이 없다. 사라질 것뿐이다. <루카 16, 9-15> 11월 5일

사랑하는 아이가 “어머니 오늘 재미있게 놀다가 돌아오겠습니다.” 하고 씩씩하게 대문을 나갔다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을 때 부모님 마음이 얼마나 허무하겠습니까? 세상에 살아있다는 것은 “밤새 안녕”이고 저녁에 돌아와야 만남과 기쁨이 있습니다.

삶의 현실은 “조석변개”이고 시간의 변화에 따라 변하고 머물러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태원 사건을 보며 즐거워하며 웃고 떠들던 아이들이 잠깐 사이에 웃음도 소리도 없이 떠나간 사건은 ‘세상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저도 수도 생활 70년 했다고 하지만, 일순간으로 보이고 느낍니다. 누리던 것,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일순간에 내 것이 아니고 떠나가야 합니다. 인사이동으로 떠난 곳이 20여 군데도 더 되지만,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 일이고 내게는 낯선 곳입니다. 어느 날 십 년 이상 일하던 본당에 가보니 낯익은 곳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살았던 흔적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세상은 빠르게 지나갑니다.

영원한 것은 하나, 오직 주님뿐입니다. 오늘 주님은 “어떤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하시고 하느님과 제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하십니다. 세상의 권력도, 재물도, 명예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어제까지 큰소리를 치던 권력자가 자리에서 내려오니 아무 힘도 없이 다른 사람의 명령에 따르고 재물도 그 많은 것을 잃으면 노숙자 되고 얻어먹는 사람이 됩니다. 명예도 자기가 지키지 못하면 불명예가 되어 높은 데서 떨어진 홍시 같습니다.

군에서 대장이라도 별이 떨어지면 졸병 검사 앞에 무릎 꿇고 촛대 뼈 까이고 머리를 두들겨 맞기도 합니다.

세상에 믿고 의지할 분은 오직 우주의 주인이신 하느님뿐입니다.

작은아들의 비유에서 말하듯 ‘아버지 집에 가면 제일 밑의 하인도 나보다 낫다.’ 생각하고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는 작은아들과 같이 하느님을 찾아가야 합니다.

변함없는 하느님 아버지를 찾아 영원히 살려는 사람은 한 가지만 지켜야 합니다. 지금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감사를, 어떤 처지에 있어도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필립보서 4, 12-13을 보면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사는 힘은 세상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시는 것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분출됩니다. 태양이 없으면 지구상에 생명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같이 하느님 아버지가 없으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저는 우주적 기도인 성호경을 놓으면서 하느님께 힘 받고 살아갑니다.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기 힘들 때 불을 켜고 누워서 성호경을 눈, 코, 입, 귀와 몸에 십자가 표시를 하면 일어날 힘이 생겨 일어나 움직입니다. 옷을 입고 침대에서 일어나 성모님과 십자가를 붙들고 아침 인사를 나누고 움직입니다. 성당에 가면 흔들리던 머리도 깨끗해집니다.

하느님만이 우리의 믿음, 희망, 사랑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