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람 있는 자리는 낮은 자리다. <루카 19, 1-10> 10월 29일

건물을 높이 지으려면 땅 깊이 기초를 두어야 합니다. 어떤 건물도 기초가 튼튼해야 센 바람이나 흔들림에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기초를 튼튼하게 만들지 않은 집은 높이 오름을 자랑하지 못합니다. “젊어서 고생은 돈 주고 사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참기 어려운 일이나 사건은 더 높이 오르기 위한 시작이며 기회입니다.

오늘 초대받은 사람들이 높은 자리를 서로 앉으려는 모습에서 주님은 인생의 참 멋과 삶의 지혜를 알려주십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 하신 말씀은 살아가는 참 지혜입니다.

수도원 입회하면 복도 청소, 화장실 청소, 화단 정리, 설거지 등 제일 낮은 일터에서 일하다가 점점 자기 일을 하도록 준비하게 됩니다. 후에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됩니다.

저는 사제가 되어 보좌를 세 본당에서 봉사했는데 본당 신부에 따라 별 어려움을 다 겪고 본당 신부가 되어 제자리를 찾아 일하게 되었습니다. 첫 본당에서 주일 미사는 본당 신부만 하고 저는 오후에 공소 미사, 오전에는 고백성사 주고 성주간에는 전례 참례를 고백 소에서 지내고 음식도 좋아하는 것 못 먹고 본당 신부 좋아하는 것만 먹으며 살다가 인사 이동되어 마지막 인사하니 어떤 신자 “어! 이 신부님 고백 소에서 본 신부다.” 했습니다. 두 번째 본당도 판공 성사 때 한 달가량 공소에 미사하고 성사 주고 시골 본당인데도 돌아오니 시골 있다가 서울에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세 번째 본당은 다른 작은 본당 임시 주임역을 받고 간 곳이라서 본당 제단에 몇 개월 동안 한 번도 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배우고, 익히고, 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 본당 신부 되었을 때 열과 성의를 다해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같이 시작한 사제 생활을 하도록 이끄신 성령님께 감사합니다.

수도 생활이나 결혼 생활도 고생하며 살지 않으면 자기 자리를 보람 있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좋은 일이 조금만 잘못하면 화가 나고 실망을 느끼는 것은 낮은 자세로 시작하지 않아서입니다.

“고생 끝에 낙이 있다.” 하듯이 낮은 자리에서 시작한 일이 더 높은 자리에 있게 됩니다.

이 세상에서 마음껏 누리다가 저 나라로 가는 것보다 고난과 어려움 속에 살다가 하느님 앞에 이르렀을 때 기쁨은 말할 수 없도록 높고, 크고, 위대함을 믿고, 바라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 참 행복입니다.

오늘의 어려움을 잘 견디고 극복하면 생각할 수 없는 행복이 있음을 믿고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