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평화를 주려고 오시지 않았다. <루카 12, 49-53> 10월 20일

세상에는 선과 악이 혼돈해서 존재합니다. 평화도 참 평화, 거짓 평화가 있어서 평화란 말 자체는 스스로 이를 증명하지 못합니다. 주님은 참 평화를 얻기 위해 투쟁이 일어난다고 하시며 거짓 평화를 없애러 왔다고 하십니다. 그러려면 비우고 없애려고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하십니다. 불은 사랑을 전하러 오셨다는 말씀입니다.

인간적 욕망은 서로의 참 평화에 방해가 됩니다. 한 나라, 가정, 단체에 평화가 없다면 서로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욕망의 노예가 되어 있으니 주님은 평화를 주러 오시지 않았다고 하십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하십니다. 악을 선으로 착각하고 거짓 평화를 참 평화로 오해하는 생각을 깨버리려고 오셨습니다.

악행을 행하는 사람을 옹호하고 따르는 사람은 자기 생각과 행위를 깨서 없애야 합니다. 아니, 불 지르고 태워서 정화하고 장애를 없애야 합니다.

가정이나, 나라나, 각 공동체에 평화가 없는 것은 각 사람의 이기심, 용심, 욕심입니다. 세상의 권력이나 재물 명예에 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어떤 처지에 있어도 감사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공납금 못 내서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하고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해도 졸업 때까지 공부한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 후 얼음 판매점에서 일하면서 적은 돈이라도 벌어서 밥을 먹을 수 있었고, 공사장에서 밤에 건축물 지키는 밤일도 하고, 인천세관의 급사할 때도 감사, 6·25 나서 16살에 혼자 배 타고 제주도 거쳐 부산에 가서 부두 노동하며 수복될 때까지 돈 벌면서 감사했습니다. 수영 비행장 쓰레기 치우는 일도 감사하고, 차 운전 조수 하다가 면허 없이 운전해서 유치장에 들어가도 감사했습니다. 유치장도 경험으로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18살 때 미군 부대 목공소에서 일하다가 공부하게 된 것은 감사 중의 감사였습니다.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에서 왜관 수도원 수도자로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권력도, 재물도, 명예도 찾지 않고 오로지 주님 뜻 따라 사는 것 그 자체에 감사합니다. 지금도 이렇게 사는 것 그 자체가 감사입니다. 지금도 능력 이상의 것은 못 하지만 이렇게 사는 것 매 순간 감사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은 감사, 기도, 사랑, 행복입니다. 이 말을 다른 이에게 전해주는 것뿐입니다. 참 평화를 누리고 살려면 주님의 뜻을 따라 나를 내주며 사는 길입니다.

가정, 나라, 공동체가 있는 그대로 감사하며 살면 참 평화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는 참 평화의 길입니다. 주님의 십자가 은총으로 평화를 누리도록 기도합니다. 십자가는 불이며 분열이지만, 평화의 도구입니다. 각자 자기 십자가 지고 주님 따라 참 평화를 누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