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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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11-30 19:22
[신앙생활수기] "가장 작고 행복한 십자가"
 글쓴이 : 그레고리오
조회 : 12,091   추천 : 0  
<가장 작고 행복한 십자가>
 
인터넷으로 본 신앙 만화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십자가를 지게하여 어디론가 가게 하셨다.
그런데 유독 한 소년이 그 십자가가 너무 무거워 불평을 하다가 조금씩 잘라내기 시작했고 
결국은 한손으로 번쩍 들수 있을 만큼 십자가가 가벼워져 신나게 걸어가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계곡이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힘들게 맨 십자가를 다리 삼아 그 계곡을 쉽게 건널 수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십자가가 너무 짧은 탓에 계곡을 넘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만화를 보고 나는 이런 성경 구절이 생각났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마태오 16,24)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십자가를 하나씩 다 지게 해주신다' 라고 했다.
또 나 자신에게 무거운 것도, 가벼운 것도 아닌 가장 적합한 십자가 이고
그것을 이겨 낼수 있는 힘까지 덤으로 주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내가 지고 있는 십자가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주모경 한번 바치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이나 책에 나오는 성인들은 모두 똑같이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찾았고 이겨냈는데
왜 나만.......
참으로 억울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는 무엇일까' 하고 오랫동안을 고민한 적이 있었다.
 
.
.
 
3년전의 일이다.
2박 3일동안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 머물러
아침에 일어나면 맑은 공기와 친구가 되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이면 별과 달이 친구가 되어 하루를 무사히 마감함에 감사를 드리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피정에 처음 임할때 나는 하느님께 기도 했다.
"하느님! 저를 부르시어 당신의 손에 쓰이게 하실꺼면..저에게도 십자가를 내려주시어요!!!" 
 
피정 내내, 머리속에선 나의 십자가.. 나의 십자가.. 를 맴돌게 했고
내 입에선 '이놈의 십자가.. 왜 안나오는게냐!' 하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또 밤마다 성당에 들려 기도를 하면서도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께 하소연을 해보기도 하였다.
 
마지막 날, 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떼제 기도를 하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의 노래들이 하나가 되어 하늘에 울려퍼졌고
우리의 소망을 하나씩 마음속에 지니면서 기도에 임하였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물었다.
"하느님, 저에게 주신 십자가가 무엇이에요?"
 
하지만 하느님께선 오늘도.. 떼제기도가 마칠때까지 답을 주지 않으셨다.
 
결국 나는 단념하기도 하고
"그래, 언젠가는 나에게 알려주시겠지. 그동안 내가 생각할때까지 해보고 노력했는데..
나머지는 그분이 알아서 해주지 않으시겠어?"
하며 마음을 비운채 몇몇 사람들과 남아 개인 기도를 하기로 했다.
 
그 순간, 내 머리속에선 내가 지금 힘들어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곤 내 마음속이 가벼워지면서 편안해졌다.
 
"아! 이것이 바로 내가 지고 있는 십자가였구나.
내 바로 앞에 옆에 뒤에 항상 생각하면서도 왜 그걸 못찾았지?"
 
그리고 하느님께 외쳤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슬퍼서 힘들어서 고통스러워서 흐르는 눈물이 아닌,
기뻐서 깨달아서 행복해서 흐르는 눈물이었다.
 
그렇다.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짊어지게 해주는 십자가는
대단하고 눈에 띄는 큰 일이 아닌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소한 것들이었던 것이다.
 
앞으로 나에겐 더 많은 십자가가 내려지게 될것이고 짊어지고 가야한다.
하지만 하느님이 계신다. 그분이 나를 도와주시고 내가 힘입어 그것을 이겨내는 한,
이 십자가는 힘들고 지치게 하는 것이 아닌 가장 작으면서도 행복한 십자가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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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신앙 생활 수기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주현 그레고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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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07-12-13 16:09
답변  
축하드립니다. 선물 보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