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사람이 되자 <마르코 9, 14-29> 2월 21일

자신을 깊이 생각하고 깨닫는 사람이 자기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하고 우주에 둘도 없는 존재인지 알게 됩니다. 이보다도 더 존귀하고 하나밖에 없는 존재는 하늘과 땅을 만드신 하느님이십니다.

유명한 예술 작품을 보면서 ‘이런 것을 누가 만들었나?’ 알고 싶고 만나고 싶어 합니다. 또한, 그 작품 안에서 작가의 훌륭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모습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것 안에 현존하십니다. 특별히 당신과 같은 모습으로 만드신 사람 안에 현존하시고 살아계십니다. 그중에서도 가난한 사람, 고통 중에 있는 사람, 남의 도움 없이는 생명을 보존하지 못하는 사람 안에 계신 주님을 찾아 만나야 합니다.

어느 교회에 새로운 책임 목사님이 부임하는 날 신자들은 꽃다발 들고 옷을 차려입고 목사님을 맞이하려고 모여드는데,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남루하게 차려입은 노인이 동냥을 청하며 앉아서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있었지만 한 사람도 거들떠보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불쌍한 노인은 멍하니 한 곳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되었는데도 목사님은 오시지 않아 목 놓아 기다리던 중 새 목사님이 오신다고 하니 일어나 환영 가를 부르며 맞이하는데 들어오는 사람은 바로 얼마 전까지 예배당 문 앞에서 동냥을 청하던 노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놀라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새 목사님은 앞에 서서 “여러분, 이대로는 제가 여기 있을 수 없습니다. 주님을 믿고 찾는 사람들이 기본이 없으니 조금 더 생각하고 다음 날 만납시다.”하고 신자들을 흩으셨다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합니다. 주님은 저 높은 곳에 계시지 않고 우리 안에 계시며 가장 가난한 사람 안에 현존하십니다. 전례 개혁 후 제단이 돌려진 것은 믿음의 변화를 위한 것입니다. 하느님은 저 멀리, 하늘 높은 곳이 아니라, 바로 우리 가운데 내 옆에, 뒤에, 앞에 계신 주님을 찾아 만나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벙어리 영이 들린 아이의 영을 쫓아내지 못하는 제자들 보시고 “믿음이 없는 세대야!” 하시며 한탄하신 것같이 우리도 주님을 앞에 두고 주님을 저 멀리서 찾는 어리석은 사람들 같습니다.

내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귀한 존재임을 알고 산다면 바로 자비를 구하는 형제가 주님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마르티노 성인과 발렌티노 성인 이야기 속에 가련한 사람을 돕고 나서 보니 그분이 주님이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하루는 문간에서 “여기 상담자가 신부님을 찾습니다.” 해서 나가보니 보따리는 큰 것을 지고, 머리는 산발하고, 반벙어리처럼 말도 못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무엇을 청하는가 하니 알아듣지 못할 말만 해서 차근차근 알아보니 수도원 화장실에서 밤새우고, 아침은 수도원 자판기에서 동전 넣고 커피 한잔 먹었다고 했습니다. 추위에 떨고 배고파서 말을 제대로 못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아침 먹게 하고 목적지로 가도록 돈을 주었습니다. 문간 수사님에게 “이분이 주님이시다.” 하니 그날 손님의 집에서 재워주고 다음 날 아침 식사도 주고 했다고 합니다. 저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마음속에 ‘이분이 주님이시다.’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찾아 만나는 사람을 주님이시라 생각하며 어려운 사람 도우며 살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상담자를 문제의 사람으로 보지 않고 주님이라 생각하고 만납니다. 그 시간은 완전한 기도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