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대하며 믿음을 가지고 사느냐? <마태 4, 18-22> 11월 30일

오늘 복음에 제자들은 주님이 부르심에 바로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나섰다고 합니다. 우리의 믿음은 무엇을 기대하며 부르심에 응답하였는가?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인에게 “유대인은 기적을 요구하고 그리스인은 지혜를 찾지만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선포할 따름입니다.” 하십니다. 오늘 우리 교회의 역사 안에 우리가 찾아가는 믿음은 기적도 아니고 지혜도 아닙니다. 다만, 주님이 가신 길은 십자가의 길입니다. 묘하게도 오늘 축일을 지내는 안드레아 사도와 베드로 사도는 형제로 십자가에 처형당하고 순교하셨습니다.

저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면서 신앙을 키웁니다. 수도자가 되려고 모든 것을 버리고 수도자로 살고 있지만, 삶이 언제나 평탄하지 않습니다. 본당 사목하다가 40대 때 수도원에 3년 사는 동안 순심학교에서 아이들 종교 교육 담당하고 가르쳤는데 하루는 금요일 수업이 오후까지 6시간이어서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수업이 끝나 방에 들어오니 피곤함과 고통이 몰아닥쳐 ‘이렇게 사는 것보다 본당에 나가면 이보다 쉬운데’하고 아빠스님 찾아가 편지함에 본당에 보내주지 않으면 수도원을 나가겠다고 글을 써서 넣고 성당에서 기도하고 기다리던 중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리는데 9차에 와서 주님이 기진맥진하여 이상 더 길을 갈 수 없어 넘어져 계신 것을 묵상하다가 제가 “주님 가시던 길 끝까지 가셔야 합니다. 여기서 포기하시면 십자가의 의미는 사라져 우리의 구원은 없어집니다.” 그때 주님은 “너는 지금 어떻게 하려고 하는데” 하시기에 저를 보니 ‘나는 십자가를 벗어버리려고 하지 않았나?’ 생각하면서 기도를 멈추고 아빠스님 방으로 가니 아직 편지함에 제 편지가 그대로 있어 도로 빼내어 그 자리에서 찢고 그대로 살았습니다. 그때부터 어려울 때마다 그때를 회상하며 십자가의 길을 따라 살고 있습니다.

어려운 짐을 지고 주님을 따르면서 곧바로 따르지 않는 사람을 깨우치려고 주님은 이런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나의 부름을 받고 “지금은 아닙니다. 부모님 장례 지내고 따르겠습니다.” “아니다. 죽은 이의 장례는 죽은 사람이 지내게 하라” 하시고 부모님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오겠다고 하니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도 보는 사람은 나를 따를 수 없다.” 하십니다.

해야 할 일을 앞에 놓고 “내일 하지. 시간이 나면 하지. 다음에 하지.” 하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제는 지난 시간이고 내일은 올지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시간입니다. 바로 지금이 주님을 따라 사는 길이어야 합니다.

지금은 새로운 마음과 정신으로 깨어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아니, 주님을 만나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야 할 시간입니다.

회개의 시간, 회심의 시간입니다. 회개나 회심은 주님을 찾아 만나는 삶이며 주님과 함께 사는 길입니다.

말씀 한마디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주님은 말씀으로 우리를 구원하시지 않고 몸소 세상에 오심은 말씀과 행위가 일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천이 없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라 헛것입니다. 주님은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하셨지 십자가를 버리고 따르라 하시지 않았습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하신 좁은 문은 십자가의 길입니다.

오늘도 주님이 세워놓으신 십자가를 지고 바로 주님을 따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