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전의 삶과 죽음 뒤의 삶은 다르다. <루카 20, 27-40> 11월 20일

주님이 부활하신 다음 삶은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전과 다른 모습을 지닌 삶이었습니다. 시간을 초월하시고 장소를 초월하셨습니다.

어디서나 만나고 어느 때나 만날 수 있으며 제자들과 숙식을 같이 하지 않으셨으나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언제 어디에 계셨을까? 어디나 계시고 어느 때나 계신 삶이었습니다. 승천하시며 오셨던 곳에 다시 가시기 전까지 세상에서 돌아가시기 전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계셨습니다. 이 삶은 우리의 죽음 뒤 삶을 보여주시는 듯합니다. 죽음 뒤 세상의 시간 안에, 일정한 장소 안에는 없지만, 우리와 동떨어져 계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제사의 관례를 깊이 보면 죽은 조상을 살아계신 것처럼 모십니다. 우리 교회도 미사를 봉헌하면서 주님의 현존을 되살려 주님의 현존 안에 미사를 봉헌합니다. 묘지에 가서도 납골당에 가서도 영정 사진을 보면서 죽어서 없어진 분이 아니라 살아계신 분으로 찾아 만납니다.

어느 날 죽은 신랑이 그리워서 미치겠다고 하여 제가 “죽은 남편을 당신이 살릴 수 있으며 언제나 어디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하니 “어떻게 하기에 우선, 하느님이 어디 계십니까? 어디나 계십니까?” “아니요. 당신이 찾는 어디나 계십니다. 찾지 않으면 어디나 계시지 않습니다.” 이같이 죽은 신랑도 어디서나 만나고자 하면 만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어디나 언제나 현존하시는 것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묻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교회 안에 2000년 동안 미사가 이어지는 이유는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하심으로써 성체 안에서 주님의 현존을 기억하고 현존을 믿고 살아갑니다. 죽은 사람은 산 사람 안에 살아있으며 “산 사람의 하느님이시다.” 하시며 우리 안에 살아계십니다.

이같이 우리의 현세 생명은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 살아 있습니다. 다만, 삶의 형태가 다를 뿐입니다. 거기에는 “시집도 장가도 가지 않는다.” 하시며 삶의 형태가 다를 뿐 살아있는 것은 같다고 하십니다. 주님 부활의 모습은 우리의 부활 사실을 증명해주십니다. 그곳에는 낮고 높은 관계가 없고 모두가 높은 자리에서 하느님 앞에 생명을 지니고 살며 금수저, 동 수저, 태생도 없이 평등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받으며 하느님의 사랑받는 생명으로 영원히 죽지 않고 삽니다.

지금부터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은 하느님의 영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제자들이 주님이 승천하신 후 하늘만 바라보고 있고 두려워하였지만, 성령을 받은 후 어디나 현존하는 주님과 함께 살며 복음이 전해졌습니다. 우리도 사도들의 믿음을 누리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믿음인 부활의 사실을 믿게 하시고자 40일이나 사도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사도신경에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아멘.” 하듯이 여기 지금 산 이와 죽은 이가 서로 통공함을 굳게 믿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