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주님 안에 이루어지게 하소서. <루카 18, 35-43> 11월 15일

산다는 것은 숨을 쉬는 것만이 아니라 보고 듣고 말하고 느낌이 있어야 합니다. 눈이 없어 보지 못하면 보이는 것이 없어서 장애물에 넘어지고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좋은 것 나쁜 것을 분간하지 못합니다. 오늘 앞을 못 보는 사람이 주님에게 자비를 구하면서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하고 청합니다. 여기서 “다시”라는 말은 예전에는 보다가 지금은 장님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성한 눈을 가지고 있어도 볼 것을 보지 못하는 경우는 빛이 없으면 보지 못합니다.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눈뜬장님”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 앞에 있어도 볼 줄 모르면 보지 못하고 알지도 못합니다. 무엇을 감지하고 아는 능력은 귀와 감각, 몸 전체입니다. 몸이 무엇을 감지하고 안다는 것은 정신이 똑발라야 합니다. 오늘 아침 기도 청원 기도는 “주여, 당신의 성령을 우리에게 부어주소서.”입니다.

우리는 성령의 힘이 아니고는 아무것도 알 수도 없고 깨달을 수 없습니다. 사도들도 주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과 승천까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만, 하느님의 뜻을 알지도 깨닫지도 못하여 골방에 숨어 있다가 성령을 받고서야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 주님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같이 우리는 성령의 힘이 아니고는 세상의 모든 진, 선, 미를 알지 못하고 몸 전체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살지 못합니다.

오늘 하루 은총의 날을 허락받고 일어나면서 저는 눈과 귀와 입과 코 그리고 몸에 십자가를 놓고 일어납니다. “주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하시고 귀로 듣게 하시고 입으로 말하게 하시고 코로 생명을 살도록 숨을 쉬게 하시고 몸이 따라 살도록 하소서. 아멘” 하면서 일어납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주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참으로 다른 세상을 보게 됩니다. 제 몸이 사는 것이 모두 주님 안에서 이루어지고 마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령의 힘이 있어야 합니다. 성령의 빛으로 보게 되고 성령의 귀로 듣게 되고 성령의 혀로 말을 하게 되고 성령의 지시대로 몸이 따라 살아야 오늘 아침 기도의 뜻이 이루어집니다.

오늘 아침기도의 마침 기도는 “주여, 간구하오니 우리가 할 일을 알려주시고 그 일을 행할 힘을 주시어 우리 모든 일을 당신으로 말미암아 시작하고 시작한 것을 당신으로 말미암아 끝마치게 하소서.”

이 기도가 이루어지려면 성령의 빛과 힘을 받고 하루를 살아야 합니다.

일어나서 그저 해야 할 일만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지 말고, 기도 속에 성령을 부르고 소리 내어 오늘 하느님의 성령이 충만히 저에게 부어지기를 간청하며 모든 일이 주님 안에 이루어지도록 기도합시다.

“주여, 주님의 눈으로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