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이 땅에 떨어지는 계절 <마태 11, 25-39> 11월 2일

봄바람에 새싹이 자라던 나뭇잎이 여름내 자기 몫을 다하고 물들인 잎을 자랑하더니 이제 때가 되어 가을바람에 단풍잎이 하나둘 땅에 떨어지더니 우수수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나무를 봅니다. 인생의 봄은 희망과 기쁨을 주더니 인생의 가을은 단풍잎이 우수수 떨어지며 스산한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어느덧 11월 위령 성월, 죽은 이들을 생각하고 다음에 나무에서 떨어지는 단풍처럼 각자의 죽음을 깊이 묵상하는 계절입니다.

올해 들어 친구 인연이 있는 사람들의 죽음을 보며 기도하면서 나의 죽음도 생각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가을을 즐기면서 단풍잎이 땅에 떨어지는 현상에 서글픔을 느낍니다. 나무에 붙어서 자기 일을 다 하고 땅에 떨어지는 단풍잎은 그래도 마지막 자기 사명은 나무 밑에 떨어져 겨우내 뿌리를 덮어주고 거름이 됩니다.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혀 버립니다. 어느 날 젊은이의 죽음 소식을 듣고 달려가니 딸 아이가 저를 잘 알고 있어 “아버지 미카엘은 천사가 되어서 하늘나라에 갔다.” 어린이 같은 말을 합니다. 죽은 이는 하늘에서 성인 성녀 되어 하늘에서 세상과 깊은 통교가 이루어집니다. 예전에 위령성월 첫날 연옥에 있는 영혼을 위하여 기도하면서 저는 노래를 잘 부르고 싶어 연옥에서 고생하는 영혼 중 생전에 목소리 좋은 사람 있으면 그 목소리 저에게 주시고 대신 기도해 드리겠다고 하니 18살 때 그해 성탄 준비한 성가대가 저를 찾아 성가대 가입하라고 해서 성당에서 성가를 부르며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지금도 제 목소리를 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화 목소리 좋다고 일부러 전화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그런 기도는 하지 않습니다. 떠난 친구 친척들을 위해 감사 기도하고 우리에게 남겨준 업적을 기리며 나의 죽음을 깊이 생각합니다.

하늘과 땅을 만드신 주님은 사람이 시간과 공간 안에 머물다 떠나야 할 운명으로 만드셨습니다. 이는 하늘과 땅은 없어질 수 있지만 한번 생긴 생명은 없어지지 않고 영원히 남아 주님과 함께 있도록 마련하신 것입니다. 저는 떠나간 형제들과 친구들을 늘 앞에 놓고 기도합니다.

어디 있는지 모르나 저보다 더 나은 조건 안에서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 여기 조건을 알고 함께 하시는 줄 알고 대화를 나눕니다.

아침이면 선종한 사람의 영정 사진을 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은 하루를 뜻있게 지내는 동력이 됩니다. 그들에게 없는 시간이고 저에게 허락하신 시간이라 살아있는 한 더 열심히 하느님 뜻을 실천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 시간은 주님의 시간이어서 귀하고 이름다워야 합니다. 즉, 거룩해야 합니다. 11월은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이며 자신의 죽음을 묵상하는 시간입니다. 아무리 나는 안 죽고 못 죽는다고 해도 죽음은 어느새 봄, 가을이 오듯이 틀림없이 오고 있습니다.

각자가 죽음을 준비하는 길은 하루 허락받은 날을 주님의 말씀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때 이런 소리를 듣고 위로를 받게 됩니다.

“고생하고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그 많은 사람이 그 안식에 들어간 것처럼 주님을 따라 사는 사람이 영원한 생명을 받고 영원한 행복에 이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