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현존은 밤과 낮이 없다. <루카 12, 35-38> 10월 19일

갈망과 충족은 하느님의 사랑이 담긴 큰 은총입니다. 기다림과 만남은 큰 기쁨이며 즐거움입니다. 예전에 어머니가 시장에 물건을 팔고 돌아오심을 기다리는 시간 후 만남은 기쁨이 되었습니다. 물건 팔고 남은 돈으로 먹을 것을 사 오셔서 저녁을 먹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모습도 잔칫집에서 먹을 것을 가지고 오시는 주인을 잠을 자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주님의 현존으로 어디나 어느 때나 깨어있는 사람을 만나서 의인이 받는 상을 받게 됩니다.

어제 휴가를 갔다 돌아오니 어느 형제가 손을 벌리며 선물을 달라고 해서 없다고 하며 무엇이든지 구해서 나누어 먹을 것을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본당에 있을 때 출장이나 다른 곳에 갔다 오면서 중국집에서 만두를 사거나 그곳의 귀한 것을 사가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즐겁게 먹던 생각이 납니다.

수도자는 늘 주님의 현존 안에 살고 있지만, 혹시 잠을 자는 사람은 주님이 찾아오지 못하게 됩니다. 주님이 만찬상에서 주시는 주님의 자비와 일치와 사랑을 베푸시는 은총을 받지 못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미사는 주님의 생명을 받고 춤추며 노래하며 온 세상에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은총입니다. 아침에 일찍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을 보면서 기도합니다.

본당 사목할 때 강론하면서 이 고귀한 미사에 참례하고 은총을 지워버리는 사람에 대하여 말을 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성당에 와서 기쁜 은총을 받고 집으로 가니 며느리는 아기를 업고 밥을 짓고 있는데 방은 아직 청소도 정리도 되어있지 않아 신경질을 부리며 집안에서 아직도 방도 치우지 않고 요강단지는 그대로 있다고 며느리를 야단치는 사람은 미사를 올바르게 참례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야단치기 전 방을 정돈하고 할 일을 하면서 도와야 한다고 하니 한 할머니가 저에게 와서 며느리 편든다고 원망하는 말도 들었습니다. 거룩한 미사에서 자비와 일치와 사랑의 은총을 받은 사람으로 복음을 전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이렇게 은총을 망치지 않아야 합니다.

때로는 침묵이 최상의 영성 생활 본질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침묵은 좋은 말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글쓰기 전 저는 전날 저녁부터 침묵합니다. 글을 쓰기 전까지 생각하고 기도하며 묵상하며 준비합니다. 복음을 전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려면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기다림입니다. 독서기도 전 입술에 십자가를 놓으면서 “주님, 저의 입을 열어주소서. 주를 찬미하나이다.” 그러나 입만 여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열어야 하느님을 만나 서로 기쁨을 나누며 시편의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어디나 현존하는 주님을 언제나 만나 기쁘고 행복한 날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만나는 사람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기쁘게 하는 하루가 되기를 또한 기도합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싫어도 다시 한번 찾아보는 마음이 주님을 만나는 시간이 됩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하루는 말 타고 길을 가다가 나환우를 만나 냄새도 나고 보기도 싫어서 막 지나가다가 ‘그분이 예수님이면 어떻게 하지?’ 생각하고 뒤돌아가 포옹했더니 바로 그분이 주님이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