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는 섬김 <마르코 10, 35-45> 10월 17일

세상에는 많은 봉사 단체가 있어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편하게 합니다. 이런 일에 봉사하는 사람은 앞날 높은 자리, 섬김을 받는 자리를 탐하지 않지만 자기 이름을 남기고 어떤 자리를 탐하는 마음에서 봉사한다면 이미 대가를 받았거나 받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원하는 대로 한다고 하면서 윗자리를 탐하는 제자들에게 주님은 높은 자리보다 낮은 자리, 첫 자리보다 종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주님은 섬김을 받으러 오시지 않고 섬기러 오셨고 목숨을 바치러 오셨다고 합니다.

제가 어떤 본당에 있을 때 70년도 이야기입니다. 성당 안이 하도 더워서 선풍기를 설치하려고 모금을 하는데 어떤 돈 많은 부인이 찾아와서 저를 보고 “신부님 돌았습니까? 저는 우리 집에서 에어컨 켜고 시원하게 살다가 성당에 와서 한 시간 땀 흘리며 고신 극기하며 공로를 세우는데 그것 빼앗으면 안 됩니다.” 그 사람에게는 맞는 말이지만 미사를 네 대, 다섯 대 드려야 하는 저는 힘이 든다고 하니 또 “그거야 신부님은 그렇게 살려고 사제가 된 것 아닙니까?” 사제는 하느님의 종이며 일꾼이고 신자들의 봉사자이니 아니, 목숨까지 내주려고 된 것이니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욕을 먹으면서 다른 신자들을 위해 일을 마치고 교회를 떠나려고 마음먹고 마지막 피정을 하다가 하느님 뵙고 돌아서서 수도원에서 3년 재수련, 3년간 수녀원에서 봉사하고 다시 본당에 나가서 봉사자처럼 살며 이제 은퇴하고 수도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과연 사제의 생활은 말 그대로 섬기는 삶이고 신자들의 심부름꾼입니다. 이제 이 나이 되어 남은 것이 무엇인가? 힘없는 몸, 능력 없는 몸, 일자리가 없는 몸입니다. 그러나 죽기까지 섬김을 하며 살아야 하는데, 스마트폰이 저를 일하게 합니다. 대가 없는 봉사입니다. 다만 “감사합니다.” “아멘”하는 응답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휴가 와서도 5시에 일어나고 기도와 묵상을 하며 글을 쓰면서 죽기까지 글을 쓰고 보내는 이유는 상 받으려는 게 아니라, 작은 내용이라도 하느님 말씀에 봉사하려는 마음입니다. 이렇게 사는 이유는 목숨 있는 한 하느님의 종으로 살고 주님의 십자가 사랑을 보답하고 주님이 전하고자 하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뿐입니다.

며칠 전 가두 선교에 열성을 내서 일하시던 대구교구 원로 신부가 문자를 보내며 “사제들이여, 오는 사람 기다리기보다 찾아가는 사제생활을 하자” 하며 글을 보내어 감사했습니다.

사실 봉사나 섬김은 앉아서가 아니고 서서 걸어가며 찾아가는 것입니다. 눈앞의 일만 일이 아니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가 되어주는 일이어야 합니다.

미사 때마다 파견하는 “복음 전하시고, 주님을 찬미하시오.” 하는 소리가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목숨 내어놓고 선교지에서 활동하셨던 선교사를 기억하며 우리도 코로나 때문에 신자 수가 줄고, 참례자 적다고 하지 말고 어디서나 움직이며 섬기고 봉사하는 주님의 종들이 많아지도록 기도합니다.

저의 작은 경험담 하나, 성주 본당 보좌로 있을 때 알던 청년이 제가 구미 원평 성당 주임 신부가 되어 관할 구역에 아포라는 면사무소에 근무한다고 해서 신앙생활 알 겸 찾아가 면회를 청하니 면장님이 어찌 알고 함께 나와서 저를 보고 “여기에 천주교회를 세워주시오.” 하여 “사람만 모으시면” 하고 통장, 유지들 150명이 모여 일차 영세자가 85명 생겨서 큰 공소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한 청년을 돌보러 간 것이 큰 결실을 얻게 된 이야기입니다. 1960년도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