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머리카락 숫자까지 알고 계신 분 <요한 1, 47-51> 9월 29일

인간관계의 최우선은 서로 아는 것입니다. 모르는 사람과는 관계가 성립되지 못합니다. 저는 제가 저를 아는 것보다 저를 더 완전히 알고 계신 분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합니다. 제가 주님을 알기 전에 저를 알고 계시고,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저의 미래를 알고 계신 분을 믿으며 살고 있기 때문에 두려움보다 안도의 감정이 일어납니다. 오늘 나타나엘은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것을 보았다.” 하여 주님을 믿게 된 것같이 주님이 우리를 속속들이 알고 계신 것을 안다면 우리의 믿음은 확고부동해야 합니다.

주님은 제자들을 선택하시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분명히 알고 함께하셨습니다. 저는 오늘까지 살면서 주님의 손안에 제가 살고 있었음을 깊이 깨닫고 살고 있습니다. 어느 때는 제가 원하는 것과 다른 삶을 살라고 하셔서 서운했지만 지나고 생각하니 얼마나 잘된 주님의 배려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신학교 졸업하면서 교리신학 교수가 장상에게 와서 이 사람은 반드시 로마 유학을 보내라고 하여 나도 희망을 품었으나, 이날까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로마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사람 중 유능한 사람들 교만해져서 거의 모두 퇴원하고 다른 길을 갔습니다.

저를 이렇게 남아 끝까지 수도자의 삶을 살도록 이끄시고 선교 사제로 하지 않은 것 없이 하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고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도록 하시는 것도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많이 알고 배우면 어떤 경우 고독해지고 동떨어지게 되는데 낮은 자리에 있으니 편하고 더 행복해집니다.

오늘은 천사 축일이며 천사들까지도 하느님 곁에서 사람의 일을 돌보고, 이끌고,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십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천사보다 못하게 만드셨어도 하느님과 천사와 인간은 함께 살며 영원으로 이끄시니 불가분의 관계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하느님과 인간의 택배 역할을 하며 우리의 것을 하느님께 전달하고 하느님의 것을 전달해주십니다.

어려서 각자에게 수호천사가 있어 우리의 행위를 선한 일을 하면 금 글씨로 쓰고, 죄를 지으면 검은 글씨로 쓴다는 말도 듣고 자랐지만, 지금은 하느님을 대면하여 함께 살고 함께 길을 걸어가는 삶을 산다고 생각합니다. 죽으면 우리도 천사같이 되어 하느님 앞에 삽니다. 하느님은 진실과 사랑입니다. 저도 진실과 사랑으로 주님의 일을 마지막까지 하다가 주님과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며 다시 “아하! 그런 것이었구나.”하고 감탄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때 우리는 감사와 찬미를 드리게 될 것입니다. 천지가 변해도 주님의 말씀은 변함이 없고 주님을 따라 사는 삶은 행복입니다.

죽기까지 주님을 믿고, 바라고, 사랑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