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일정한 한계 안에 살아간다. <루카 9, 46-50> 9월 27일

어린이의 존재는 독립적이 못하고 의존적이며 다른 이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태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어린이가 되어라.” 하시고 어린이와 같이 받아들이라고 하십니다.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높은 자리에 있어도, 이름 있는 사람이라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아 다른 이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아무리 지식이 높다 해도 한계가 있고 아무리 어떤 공간과 시간 안에 권력이 있어도 벗어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한번은 파티마 병원에서 주교님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기에 앞으로 나가서 진료를 먼저 보시라고 하니 “나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특권을 원하지 않으시고 차례대로 병원 일을 보시는 것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사실 어떤 공간의 최고 책임자도 그 공간을 떠나면 보통 사람입니다. 어느 날 신문에 연예인이 공항에서 난동을 부려 신문에 났는데 공항 직원이 자기를 못 알아보고 마구 대하는 것을 책망하다가 야단이 났습니다. “가장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이다.” 하심은 자기 시간, 공간에서 존경을 받지만 자기 범위를 벗어나면 그저 보통 사람입니다. 저도 수도원 안에서 수도자이지 밖에 나가면 “아저씨, 할아버지, 어르신”하고 부릅니다. “나는 누구인데요.” 하면 웃음거리입니다.

우리는 전능한 하느님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종일뿐입니다. “어린이와 같이 되어라. 어린이를 돌봐라” 하시는 말씀은 아무리 어른이 되어도 부모님은 어린이로 보고, 돌보고, 보살피고, 부모님의 뜻 안에 살기를 바라는 마음같이 우리도 하느님의 뜻 안에서 자유입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하듯이 손오공이 날고뛰어도 부처님 손안에 놀고 있었다는 말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드리는 우리의 기도가 하늘의 영광이, 땅의 영광이 되어 가장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이 된다는 말씀은 참으로 우리는 아버지 안에서만 영원을 누리고 산다는 말씀입니다.

교만한 욕망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사는 길이 어린이와 같이 사는 길입니다. 심리학을 배울 때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모두 어른이 되어 어린이처럼 어리석고 방향을 모르는 삶이 아니라, 자기 주체를 알아야 합니다.” 인간은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는 한순간도 살 수 없으며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살 수 없습니다. 하늘과 땅을 벗어나 살 수 없듯이 하느님의 손길을 벗어나 살 수 없습니다.

어떤 이는 권력, 재력, 명예를 가지고 있어서 능력 이상의 일을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한정된 시간, 한정된 공간 안에서이지 그를 초월해서는 자기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정권의 막바지에 더 강한 힘을 내어도 오르막에 한계가 있어 내리막에 이르면 끌려 내려가고 높이 오른 것이 땅에 떨어지면 더 박살이 나는 것같이 힘없이 떨어져 사라져 버립니다. 사람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의 자기 한계를 깨닫고 낮은 자리에서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살아가야 합니다. 수도 생활 중 한 가지 의미는 자기 한계를 미리 알고, 하느님 앞에 자기를 낮추고, 주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오늘 허락하신 하느님의 날 감사와 찬미로 맞이하고 행복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