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는 포용과 자비가 있어야 한다. <마르코 9, 38-43. 47-48> 9월 26일

하늘과 땅은 서로 포용하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며 모든 생명을 받아주고 수용하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분열되어 싸운다면 하늘 아래 생명이 살아남지 못합니다. 지금 땅에서 온갖 나쁜 것을 생산하여 하늘로 날려 보내니 기후 변화니, 생태계 보완이니 하며 생명을 지닌 모든 피조물이 야단법석입니다. 그러나 바다가 육지의 온갖 쓰레기를 받아들이고 정화하듯이 하늘도 바람과 비를 내려 땅을 정화하고 함께 협력하고 있어서 이나마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주님은 주님의 이름으로 기적을 행하는 사람을 버려두라고 하시며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하시며 그들의 행위를 변호해주셨습니다. 만물은 일치의 원리에 따라 생존합니다. 사람 자체가 영혼과 육의 일치이며, 너와 나를 우리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가정과 교회, 나라가 형성되어 서로 받아들이고 용서하면서 생명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음식도 좋은 것만 먹는다고 단백질만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음식의 궁합이 있듯이 서로 포용과 자비란 양념이 있어야 합니다.

자비는 쓸모없는 것을 버리고, 진실과 사랑만 마음에 담아두고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손이 없어도, 발이 없어도, 눈이 없어도 죄를 짓고 사는 것보다 없이 사는 것이 더 낫다고 하십니다.

자비는 청소 도구입니다. 아니 정화의 방법입니다. 함께 살면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불의를 범하거나 해를 입히는 행위는 제거해야 하고, 버려야 하고, 비워야 합니다. 쇠를 맞붙이려고 할 때 양쪽의 녹은 깎아서 쓸어버려야 합니다. 포용은 아무것이나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필요한 것이나 요긴한 것 찾아주고 받아야 합니다.

한 사람은 눈이 없고 한 사람은 발이 없어도 함께 일치하려면 상대의 눈이 되어주고 상대의 다리가 되어주어야 함께 살 수 있습니다. 자기 것만 주장하면 일치는 불가능합니다.

처음 본당을 시작하면서 많은 개신교회가 있었고, 천주교회는 젊은 저뿐이었습니다. 우연히 그리스도교 일치 운동을 시작하면서 성당에서 첫 모임 후 오랜 시간 모임을 하며 일치 운동을 전개하다가 중간에 한 교회의 목사님이 적극적 반대로 악화하여 끝냈지만, 자체는 큰 의미가 있어서 좋은 경험을 하였습니다. 사진으로 기록도 있습니다. 우리 쪽은 사목 위원, 저쪽은 장로들까지 함께하며 식사도 하고 회의도 재미있게 서로 협력하며 하나 되어 살자고 했는데 목사 한 분이 “이러다가 우리 개신교가 천주교로 흡수된다.” 하며 거부하면서 무산되었지만, 저는 지금껏 일치의 길이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포용과 자비가 있으면 지금도 갈라설 때 그 당시 천주교의 약점을 들고 이야기하는 목사님들 보면 교리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조건이나 환경문제를 앞세우지만 사람 문제입니다. 일치의 장애는 너 때문이 아니고, 나 때문입니다. 내가 너그럽지 못하고, 교만하고, 옹고집을 부리고, 내 이익만 찾고 얻으려 하고, 옹졸한 마음으로 포용력을 가지지 않고 자비심을 잃으면 일치는 불가능합니다. 뛰어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힘을 합쳐야 세상이 바뀝니다.

하나 된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에 살도록 기도합니다. 자유, 평화, 기쁨이 있는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