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현존을 증명하는 사람 <루카 9, 18-22> 9월 24일

“자기 존재 의미를 무엇으로 증명합니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물으면 명함이나 자기 존재를 설명합니다. 그런데 명함은 아무나 인쇄소에서 인쇄하여 들고 다닐 수 있으며, 자기를 소개하는 사람은 과장해서 소개할 수 있습니다. 어떤 때는 별로 알고 싶지 않으면 듣지 않고 보지도 않습니다.

주님의 이름을 떠들고 다닌다고 듣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행동을 보고 주님이 누구신지 알게 됩니다. 어제 10년 가까이 저를 찾아온 결혼한 부인이 저에게 와서 “신부님, 하느님은 참으로 계십니다. 신부님과 상담하는 중 느낌이나 체험뿐 아니라, 고난 중에 여기까지 이끌어주신 분이 하느님이신 것을 알게 되어 하느님의 현존을 깨닫고 믿으며 하느님에게 희망을 두고 살겠습니다.” 추석 때 친정에 와서 방문했다고 합니다.

오늘 주님은 말로만 “내가 주님이다.”가 아니고, “내가 많은 고난을 겪고 난 후 배척도 당하고 죽임까지 당한 후에야 알게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내려면 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훌륭한 것을 만들어냅니다. 시련과 고난을 극복한 사람이 유익한 인물이 되고 존경과 사랑을 받습니다. 순교자의 죽음을 기리는 우리는 고난의 참뜻을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둠을 거쳐서야 빛의 고마움을 알고 배고픔을 지나야 밥맛을 알게 됩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그 자리보다 더 힘든 일을 견디고 몸에 배워야 합니다. 책으로나 말로 남의 경험으로 체험한 것은 몸에 습성이 없어 강한 다른 것이 비치면 존재 자체가 사라지고, 세상의 재미에 빠져 눈도 어두워지고, 마음도 굳어져 겸손과 온유함을 잊고 삽니다. 신의 존재를 가장 부정하던 사람이 하느님의 현존을 알게 되면 목숨 내놓고 주님의 일을 열심히 합니다. 바오로 사도같이, 성 아우구스티노 성인같이 교회에 믿음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저의 삶은 은퇴 전이나 후나 하나도 변함없이 하느님의 일에 열정을 다합니다. 주님이 일어나라 하시면 일어나고, 기도하고 일하라 하시면 기도와 일에 열중하고, 가난한 사람 만나라 하시면 만나서 함께하고, 있는 것 안에서 힘이 되어주고, 선물 받으면 더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도 내가 없이 살았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누가 빵을 주시기에 형제들과 나누려 하니 “우리 어머니도 좋아하시는데 형편이 안 돼서” 하며 “어머니” 입속말로 하기에 받은 사과와 빵값을 조금 주고 어머니 방문하라고 했습니다. 예전에 우리 어머니 동생들과 먹을 것 없어 힘들게 사는 모습 보고 장상에게 청해서 매달 얼마씩 도움을 받았던 생각이 나서 이런 경우 알고 있는 한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사실 본당 신부로 사목 생활할 때 많은 사람의 어려움을 돕던 일이 습관이 되어 은퇴 후에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선교사적 수도자로 불림을 받아 사목 일선에서 50여 년 활동하며 그렇게 인격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해야 합니다.

참 그리스도 신자는 믿음으로써 죽어서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믿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참믿음입니다. 모두 서 있는 사람들, 주님을 증거 하려는 사람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고,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자신이 참 그리스도의 벗이고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임을 증언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