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씨가 좋은 땅에 심겨야 한다. <루카 8, 4-15> 9월 18일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씨를 선정해서 심어야지 쭉정이를 심으면 아무것도 결실을 기대하지 못합니다. 알찬 씨앗을 뿌려야 좋은 땅이 받아서 60배, 100배의 결실을 내게 됩니다. 아무리 바탕이 좋은 땅이라도, 씨앗이 같은 화분이라도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우리 수도원은 많은 사람을 외국에 유학 보냅니다. 한국에서 듣지 못한 말을 듣고 마음에 새기고 돌아와서 전해주어 우리는 진실에 가까운 소리를 듣고, 마음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러나 듣고 배운 말을 전해주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결실을 냅니다.

오늘 씨뿌리는 비유 말씀을 묵상하면서 좋은 씨와 좋은 땅이라는 생각이 떠올라 묵상을 하며 시편 8편을 기도하다가 하느님이 주신 은총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이 시편 한편도 제대로 깨닫고 전해주지 않으면 주님의 말씀이 왜곡되어 전해지고 알려지면 소용이 없겠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복음에 좋은 땅은 바르고 착한 마음이라 표현했는데, 좋은 씨가 없다면 진실과 사랑이 없는 마음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사람도 진실과 사랑이 없으면 바로 전달되지 못합니다. 생명의 씨앗인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 잘못 전하면 쓸모없는 씨앗으로 아무리 좋은 땅이라도 싹도 트지 못하게 합니다.

유튜브 종교방송을 들으면서 때로는 ‘저 말은 전하는 사람이 잘못 전하고 있다.’ 생각이 들고 마음이 아픕니다. 하느님 말씀을 가지고 이기심이나 자기 자랑이나 남을 비방하는 말을 하면 그것은 하느님 말씀이 아닙니다. 진실과 사랑의 마음으로 말의 전달자가 되어야 준비된 사람들이 많은 결실을 보게 됩니다. 말이란? 주고받으며 생산적으로 되기도 하고 비생산적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내용도 어떤 사람에게 듣고 실천하는가에 따라 다른 결실을 보게 됩니다.

저는 비록 외국에 나가서 이름있는 선생을 통해 신학을 배우지 못했지만, 사제로서 성숙하게 성장하기 위해 세 사람의 스승이 있었습니다. 한 분은 2차 바티칸 공의회 진행 중 그때그때 나오는 내용을 번역해서 전해주시는 명철한 신부님이시고, 또 한 분은 열심하기 한이 없는 기도와 선행을 하는 착하고 온유한 신부님이시고, 한 분은 마사를 태평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왕 태평 신부님이십니다. 이 세 분을 본당 신부로 모시니 보좌로서 잘 배우고, 익히고, 40년 사목 생활과 지금의 생활을 지도하고, 행복한 수도 생활을 하게 해주신 분들입니다. 또 한 분, 지금 아무리 힘이 들어도 아침 기도, 미사에 주님을 찬미하고 하느님 말씀을 살도록 이끌어 주신 스승은 수련장 신부님이십니다. 어느 날 성당에 기도하러 가는데 수련장 신부님이 벽을 짚고 성당에 가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전날 방에 병문안 갔을 때 일어나지 못하고 병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었는데 제가 “신부님 왜 이러십니까?” 하니 “나는 죽기 전까지 아침 찬미기도 들여야 합니다.”

저는 자리에 모셔드리고 제 자리에 앉아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너무하십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그때 저에게 주신 하느님의 말씀은 “너도 죽기까지 그렇게 나와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였습니다. 그 소리 듣고 “감사합니다.” 이 말씀을 지금껏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바르고 착한 마음을 갖고 좋은 결실을 보려면 좋은 스승 만나기를 기도합니다. 좋은 씨앗이 믿는 모든 사람에게 전해져 좋은 결실을 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