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보다 높이 오르려 하지 말자 <마태 23, 1-12> 8월 21일

세상에 아무리 밝은 빛을 비추고 있다 해도 태양보다 더 밝은 빛은 없으며 태양의 빛 아래 빛이 되어 세상을 비춥니다. 밤에 비치는 달빛은 태양이 없으면 없듯이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하느님 아니시면 드러나지 못합니다. 시편 8편에 “온 세상이 당신의 이름, 얼마나 존엄하십니까?..... 인간이 무엇이 옵니까?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존엄하신 주님이 아니시면 인간의 모습은 초라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스승 소리 듣고” “아버지라 부르지 마라.” 거룩한 사람이라고도 불리기를 바라지 말라고 하십니다. “참스승, 참 아버지, 참 선생은 하느님뿐입니다.” 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남 앞에 말로만 앞세워 “내가 누군데, 나는 이런 사람인데” 하며 자만심과 교만을 드러내며 자기보다 못한 사람으로 다른 이를 대하는 사람을 경고하십니다.

윗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잘난 사람은 귀담아듣고, 자신의 자세를 낮추며, 겸손하고 온유하게 살아야 합니다.

공동체 안에 이런 자리, 저런 자리에서 책임을 지고 공동체에 협력해야 하지만 그 자리가 권력이나 자랑거리이거나 남 앞에 드러내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더 섬기고, 더 나누고, 더 친절한 삶을 통해 세상을 주님이신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합니다.

저는 사제로서 많은 본당의 신부, 책임 있는 자리, 수녀원 지도 신부, 피정 집, 근로자 센터, 초대 농민회 지도 신부, 수도원 내 유기서원 자 원장, 순심 학교 교사 등을 지냈지만, 저는 주님의 심부름꾼이고 잘된 것은 주님의 은총이지 내가 한 일이 아닙니다.

한때 내게 돌보라고 맡겨진 일이지 내가 그로 인해 높이 올라가고 이름을 내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가끔 이런 사정을 들으면 답답합니다. 자리가 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 됨됨이가 사람을 높이는 것임을 주님의 말씀을 못 알아듣고 살기 때문입니다.

어느 본당의 일인데 인사이동이 되어 후임 신부를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일이 있었는데 어제까지 본당 신부에 충성하던 사람이 그날은 나는 버려두고 오시는 신부에게 이런저런 말과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본래 내 것이 아니고 나그네처럼 왔다가 가는 곳인데, 하며 웃으면서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떤 자리에 있든지 봉사하는 자리인데, 누리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거나 “아무게 신부가 최고다.” 하는 소리를 듣기 위해 산다면 주님은 어디에 계셔야 합니까?

세례자 요한이 “저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는 사람입니다.” 하시며 현실 안에 사라져 가신 것같이 내 자리는 여기가 아니라 저 너머 있습니다.

나의 주인이며, 스승이며, 아버지이시며,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인 분과 함께 있다는 것 외 다른 생각이나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세상에 아무리 큰 공적을 쌓았다 하더라도 내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살아서 애지중지하던 사람이나 물건이나 가졌다고 말하던 것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뒷사람들이 이리저리 처리하고, 버리고, 이 몸마저 땅속 깊이 묻거나 불 속에 태워 버립니다.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 어디에서? 온전히 주님 안에서입니다. 오늘 아침 미사를 드리며 “이 예를 행하라” 주님이 말씀하시지 않으셨으면 아무리 잘 꾸민 제단이나 멋있는 제의라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직 주님이 함께 계시어 참삶이 있고 복음이 있습니다.

오늘도 주님과 함께 있으면서 행복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