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십자가를 통해 깨닫게 된다. <마태 13, 18-23> 7월 23일

땅이 비옥하게 되려면 순수한 땅에 냄새나는 거름을 섞어야 씨앗이 자라고 결실을 보게 되어있듯이 하느님 말씀을 듣고 좋은 땅이 되려면 십자가의 고통을 알고 깨달아야 합니다.

어른의 권고 말을 알아듣게 되는 시기는 고통을 경험하고 나서야 ‘그 말씀이 그 말이구나.’ 깨닫게 됩니다. 아이를 낳아 길러보아야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을 알고 어머니의 고통을 이해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 “누구든지 하늘나라의 말을 듣고 깨닫지 못하면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린 씨앗과 같다.” 하심은 길가, 돌자갈,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과 같이 자라지도 못하고 결실도 보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성당에 아무리 자주 간다고 해도, 하느님 말씀 들어도 깨닫지 못하면 소귀에 경을 울리는 소리와 같습니다.

믿음의 삶을 수박 겉핥기처럼 살면 맛도 없고 멋도 없습니다. 무의미한 믿음을 사는 사람은 열매 맺지 못하는 씨앗과 같습니다.

어느 날 본당에서 특강을 하고 나오니 어떤 분이 신부님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말씀을 들으셨는데요?” 하니 “그건 모르겠습니다.” 합니다. 듣고도 알지 못하고 깊이 깨닫지 못하면 들어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좋은 땅이 씨앗을 품고, 충분한 영양을 주고, 결실을 보기 위해서 거름과 흙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어느 날 저는 수도원 삶이 힘들어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생각했습니다. 하는 일을 벗어나 다른 일자리를 청원할 생각으로 청원서를 쓰고 원장님 편지통에 넣은 적이 있습니다.

본당에 사목하다가 3년간 수도원에 사는 동안 순심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는데 하루는 금요일 6시간 수업하고, 점심도 학교 급식소에서 국밥 한 그릇 먹고 오후 수업을 하고 나니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본당이나 다른 것을 하도록 청원하고 성당에서 제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다가 금요일이어서 십자가의 길을 하게 되었는데, 9처에 와서 주님이 세 번 넘어지시며 이제 더 앞으로 가시기 힘든 지경을 묵상하다 제가 “주님 가시던 길 계속 가십시오. 여기서 포기하면 어찌 됩니까?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셔야 우리의 구원이 이루어지지 않습니까?” 하고 나를 보면서 ‘나는 오늘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다른 것을 원하고 있구나.’하고 크게 반성하면서 기도를 중단하고 원장님 방에 가보니 그대로 편지함에 청원서가 있어 그 자리에서 찢어버리고 기도를 마쳤습니다. 인사이동이 있을 때까지 주님의 뜻을 따르기로 하니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어려움이나 고통이 찾아오면 주님의 뜻을 찾기 위해 기도하세요. 지금 당신이 당하는 고통 뒤에는 주님의 더 좋은 뜻이 숨어있습니다.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주님이 차려놓은 더 좋은 것을 기대하고 주님의 뜻을 사랑해야 합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이 기도가 진실이며, 사랑이 되어야 합니다.

십자가 뒤에 참 생명이 있음을 믿고, 바라고, 사랑하며, 십자가 위에 더 많은 열매가 맺어짐을 기뻐하며, 춤추고, 노래하며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