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것은 <요한 12, 24-26> 5월 29일

공기, 물, 땅, 씨앗 이 모든 것은 그대로 있지 않고 변화되어 소멸합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이 천고 불변의 법칙은 우리 생활하고 연결되며 죽어야 산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밀알처럼 죽어야 사람을 살리는 양식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 외 도 사람이 살려면 필요한 것은 소금과 빛입니다.

소금도 빛도 없어지면서 본 가치를 나타냅니다. 싱거워진 소금, 빛을 잃은 빛, 소금이 없어지지 않으면 그 역할을 다 못하고, 빛도 자기를 태우며 어둠을 비춥니다.

사람도 시간 속에서 변화하면서 자기는 없고, 다른 것이 남아 생명을 이어갑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의 본질은 없어져야 제 역할을 합니다. 소금은 음식에 들어가 맛을 내고, 소금 없이는 생명을 보존하지 못하고 썩는 것을 방지하지만 자기 모습은 없어집니다.

빛 중의 빛인 태양도 시간 속에 사라져갑니다. 이같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죽어서 자신을 남기고 떠나갑니다.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입니다.” 사람은 죽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남기고 살아 있다는 말씀은 기쁨이며 희망입니다.

자기 가치대로 사용되고 모든 이에게 유용하게 이용되는 것은 창조의 목적이고 하느님의 뜻입니다.

이 진리는 눈에 보이거나 물질적 의미만이 아니고 영적 의미도 같은 원리입니다.

사랑이란 사랑할수록 작아지고 사라져가지만, 그 결과는 모든 이를 살리는 원리입니다. 내가 누구를 사랑하면 그는 살고 나는 사라져갑니다.

저는 이 수도원을 1954년 찾아 수도자로 살려고 나는 이 공동체에 내주고 사랑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당당한 선배들은 다 무덤으로 가고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67년을 산다는 것은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온전히 하느님 사랑으로 주를 섬기고, 형제들에게 좋은 것을 남겨주는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이곳에 와서 하느님과 함께 살 생각을 하면 더 아름다운 마무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오늘 복음 말씀이 가까이 와닿게 됩니다.

싱거워진 소금이 아니라, 다른 것에 들어가서 맛을 내고, 썩는 것을 방지하고, 모든 것을 단단하게 하는 존재로 남아 있어야 하고, 촛불이 타면서 어둠을 비추듯이 내 몸에서 빛의 향기를 내어 삶의 방향을 가리켜서 안전하게 길을 걸어 목적지에 도달하도록 나를 태우며 섬기고, 나누고, 친교를 맺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오늘 아침기도 때 결심했습니다.

이 몸이 열 번 죽어 또 죽어도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융성하고 그 나무 그늘에 모두가 자유, 평화, 기쁨을 누리도록 기도합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윤지충 순교자같이 “내가 죽어 네가 산다면”이란 뜻 안에 오늘 교회가 시들어가는 형국이 살아나게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