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초월한 사랑의 응답 <마르코 11, 11-25> 5월 28일

지극히 상식적 삶만 살려고 하면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의 필요에 응답을 못 하거나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랑해야 하는데 상식을 앞세워 사랑하지 않아서 불행한 일이 일어납니다. 때도 되지 않은 무화과나무가 주님의 시장기를 해결하지 못하여 말라 죽게 된 내용을 보면 처음에는 주님이 상식 없이 무화과나무에 무리한 요구를 해서 생긴 일이라 주님이 너무했다고 생각되지만, 참사랑은 자기 목숨을 내놓는 사랑 원칙을 벗어난 사랑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도적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을 보고 제관이나 레위 지파 사람이 보고도 지나가는 것은 상식을 따라서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사랑을 보면 그 원칙이 벗어났습니다.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러 가는 사람은 죽은 사람의 시체를 만지면 안 된다는 규칙으로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돕지 않고 지나가 버렸습니다. 상식에 매여 있으면 “나는 이런 일을 할 수 없어, 안 돼, 못해” 하지만 그 시간, 그때 해야 할 일은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해야 합니다.

며칠 전 오르간 치는 유기서원 자가 나오지 않아서 어디 아픈가 싶었는데, 볼일을 보러 문간으로 나가려니 그곳에 있어 “어디 아프냐?” 하니 “아니요. 잠이 들어 일어나니 12시 20분이어서 참례 못 했습니다. 점심은 못 먹었습니다.” “시장해서 어떻게 하지?” 하고 “내가 나갔다가 먹을 것 사 올게” 하니 빵을 사달라고 해서 들어오는 길에 빵을 세 개 사서 주니 그때까지 물만 마셨다고 합니다. 만일 “네 탓이니 참아라.” 했으면 저녁 시간까지 배를 잡고 물만 마셨을 것입니다. 제가 상식을 벗어난 일을 했지만 때 지난 무화과나무에서 무화과 열매를 따주듯이 점심을 제공했습니다.

수도원 규칙이나 나라의 모든 법을 법대로만 처리하면 자비와 사랑은 소멸합니다.

오늘 복음에 하느님을 믿는 사람에게는 기적이 따르고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일도 믿음으로 구하면 불가능이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과학적으로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도 믿음은 모든 것을 초월하여 알 수 없는 성과를 거둡니다. 마르타와 마리아의 오빠 나자로는 도저히 살아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살아 무덤에서 나왔습니다.

“너희는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저는 가끔 나와 원수같이 느껴지던 사람도 기도하면 풀리는 경우를 많이 체험하게 됩니다. 전혀 상식적으로 불가능해도 기도로 가능해지는 체험도 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주님을 믿는 사람은 언제나 상식을 넘어 사랑하고 모든 것을 이루게 됩니다.

주님의 십자가 죽음을 상식선에서 보면 믿음이 생기지 않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관점에서 보면 믿음으로 이해가 되고 하느님이 선택한 길이 옳다는 것을 따라 살 수 있습니다.

상식을 뛰어넘어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