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 산다. <마르코 10, 32-45> 5월 26일

사람의 욕심은 세상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하고, 자기가 앉은 자리에 영원히 있으려고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군주의 자리에서 떠나고 다음 사람이 앉게 되고, 어제 돋보이던 사람도 오늘은 인기 있는 자리에 그가 없고 낯모르는 사람이 앉아 있으며, 이것만은 내 것이라고 하지만 어느새 손안에서 사라져 버리고 빈손이 되어 있으며, 알아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은 사는 동안도 한정된 시공간에 있다가 지나가는 구름처럼 없어지기도 하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듯이 이 세상에서 내 자리 내 시간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어떤 이가 많은 땅을 가지고 싶어 큰 땅을 가진 사람에게 가서 자기도 내 땅을 가지고 싶다고 하며 소원이라고 하니 주인이 원하는 만큼 가지라고 하며 오늘 하루가 지나기 전에 당신이 걸어서 둘러본 땅을 다 하라고 하면서 해지기 전까지 이곳에 와야 한다고 약속했습니다. 길을 떠난 이 사람은 마음껏 달려 “이것도 내 땅, 저것도 내 땅” 하면서 신바람 나게 달리다가 어느새 저녁때가 되어 해가 지기 시작하여 해지기 전이란 말이 그때 떠올라서 돌아가자 하고 뒤돌아 가는데 너무나 먼 곳까지 와서 급히 달리고, 달리고, 달리다가 해는 지고 마음이 급하게 되어 심장이 뛰고, 뛰고 하여 심장이 멈추어 길 중간에서 죽었습니다. 우리는 한정된 시공간의 존재임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힘껏 달리고, 높이 오르려 하고, 많이 차지하려고 해도 죽음이란 것으로 한정된 생명이 어찌하지 못합니다.

“최고 권력자가 되고 싶다. 되어야지.”하고 온갖 수단을 다한다 해도 영원히 내 것은 없습니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은 지금 앉아있는 자리를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권리를 마음껏 누리려 해도 어느새 시간이 지나 그 자리는 다른 사람 몫이 되고 내 자리는 없습니다. 자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을 합니다.

정직하고, 깨끗하고, 욕심 없고, 매사에 감사하는 사람이 모든 것에 모든 것이 됩니다. 오늘 주님과 함께 있는 것만이 감사하고 행복한 삶인 것을 알지 못하고, 더 높은 자리에서 살고 싶어서 자리다툼을 하는 제자들은 보기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교도소에 들어간 사람 대부분이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이며, 자살하고 죽은 사람도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입니다. 교회 안에서도 서열이 있어 높은 사람, 낮은 사람이 있어 어디서나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하지만, 50이 되어 주교가 되어도 25년 후 정년, 그리고 잊힌 주교가 됩니다. 존경받고 대우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있으며 주님의 이름을 거룩히 전하는 사도로 사는 것이 더 가치 있고 보람 있게 느껴야 합니다.

하루는 어느 정신과 병원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근무하던 동생이 퇴임하고 하루는 저를 찾아와서 풀빵 장사를 거리에서 시작하려고 한다고 의논하기에 마음껏 축복해주고, 그 장소 축복도 해주고, 시작하는 날 방문해서 식사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사이 일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아직도 다른 이를 섬기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저는 급사부터 시작해서, 부두 노동도 했습니다. 길가에서 함지 판 놓고 장사도 하고, 아이스 통 메고 얼음 장사도 했습니다. 기차에서 떨어진 석탄 주워서 화로에 불 지피고, 밭에 나가서 무청 시래기 주워 김치도 담그고, 야채 장사 어머니 도우려 리어카 끌고 시장 바닥을 누비며 살아보았습니다. 일을 안 해서지, 할 일이 없다고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저는 요사이 청원 형제와 수련 형제에게 시편을 가르치는데, 그들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좋은 직장 버리고 주님의 제자로 살려고 수도원의 빨래, 청소, 잔심부름하면서 수도승적 영성을 익혀가는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합니다. 꼴찌 자리, 섬기는 자리가 얼마나 귀중한 자리인지를 알고 생활하는 젊은 형제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합니다.

믿는 모든 사람이 섬기는 자리, 꼴찌 자리를 행복하게 받아들이고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