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마르코 16, 15-20> 5월 16일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과 함께 사시다가 하느님께 돌아가실 시간이 되어 승천하셨습니다. 떠나시면서 사도들에게 저세상에 가서 죽은 다음 만나자고 하시지 않고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선포하고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떠남이 아니라 우리 안에 머물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껏 발현이란 말을 통해 만나시고 친교를 맺으셨지만, 영과 영의 소통을 이루어 주님의 나라가 이 땅에 성장하고 결실을 보도록 명하심으로써 더 깊이 우리 안에 현존하십니다. 만나려고 예루살렘을 가지 않아도 되고 어디든지 믿는 사람들의 무리 안에 현존하시며 주님 함께 살고 있습니다. 주님은 하늘에 가셔서 하늘에만 계신 분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늘과 땅의 창조주이신 분이니 모든 피조물과 함께 현존하십니다.

오늘 특별히 온 세상의 피조물에 복음을 전하라고 하심은 지금껏 알아듣지 못한 심오한 진리를 알려주십니다. 한 나라의 최고 책임자는 사람만 위한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을 다스려야 합니다.

창조 때 사람에게 낙원에 있는 모든 것을 다스리라고 명하셨습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더 좋은 것으로 변화시키는 권한을 주셨습니다.

실제로 교회가 들어가는 곳에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이룸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기도는 입으로만 아니고 우리의 근본적 삶이어야 합니다.

외인들 가운데 들어가서 그들을 계몽하고 인간다운 삶을 가르쳐주고 사람답게 사는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 분도 회도 100년이 넘는 전교 역사 안에서 많은 문화적 선봉에 서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해방되면서 산에 나무가 사라지고 민둥산이 되었습니다. 후에 살림 녹화란 제목으로 나무를 심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홍수 조절로 늘 강에 물이 흐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한꺼번에 휩쓸려 바다로 갔지만, 지금은 물을 조절합니다.

예전에는 농산물을 추수하면 창고에 쌓아서 빼먹었지만 가공하여 먹도록 곡식을 조절합니다. 예전에는 산양을 사냥해서 단백질을 공급했지만, 지금은 가축을 길러 생명에 필요한 것을 얻어서 먹거리가 풍족합니다. 예전에는 삼천리를 걸어서 한 달 걸려 서울에 갔지만, 지금은 하루에 두 번 왕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생겼습니다. 추우면 추위를 피하고, 더우면 더위를 피하고, 기후의 변화에 적응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모든 피조물은 사람의 선에 의해 다스려지고 관리합니다. 예전에는 말 타고 먼 길을 오갔지만, 지금은 자동차 타고 먼 길을 가고 옵니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먼 나라에 가서 선교했지만, 지금은 비행기 타고 하룻길이 되어 쉽게 복음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사람들의 손에 의해 더 아름답고 보기 좋게 변하고 이에 따라 인간성도 변합니다.

이렇게 세상을 살기 좋은 세상으로 변화시키면 감사와 찬미의 삶을 살아야 하는데, 육체가 영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주님이 우리 안에 살고 계심을 의식하지 못해서입니다.

미사만 해도 전례 안에서 우리가 기대하지 못하는 큰 선물을 받고도 생활화하지 못하여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하시오”를 성당 문 앞에서 집으로 한 발짝 떼면서 잊어버리고 세상일에 허덕입니다. 미사를 통해 주님 내 안에 사시고 나는 주님 안에 살고 있어야 하는데, 떠난 주님을 생각하면서 죽어서 심판 때 만날 것을 생각하고 살고 있다면 복음 전파는 불가능합니다. 나의 의식주 안에 주님 함께 계시면서 살아 계십니다. 주님과 늘 함께 사는 정신을 가지기를 기도합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승천하신 주님을 생각하며 잘 지냅시다. 이는 마치 미사 때 제단에서 영성체로 사라지지만 각자 안에 주님이 살아계시며 내 안에 활동하듯이 승천하신 주님은 각자 안에 살아계십니다.

떠나서 하늘에 계신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내 안에서 찾고, 만나고, 사랑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