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소리를 듣는 사람 <요한 3, 1-8> 4월 12일

땅에 대한 지식은 풍부해도 하늘의 지식이 없으면 하늘 아래 사는 모든 것은 땅의 변화에 사라지고 오래 가지 못합니다. 하늘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올바른 삶도 어렵고, 길을 잃고 방향을 바로 잡지 못하여 인생길을 헤매고,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합니다.

오늘 주님은 하늘의 소리를 들으려면 다시 나야 한다고 하십니다. 이는 물과 성령으로 다시 나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영으로 살지 않으면 시류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갈 바를 모르지만, 영으로 살면서 하늘의 소리를 듣는 사람은 땅의 소리를 듣고 사는 사람보다 영원한, 변하지 않고 가야 할 길을 가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례를 받고 새로 태어나 하느님의 소리를 듣다가도 고장 난 소리통은 하늘의 소리를 듣지 못해 방향을 잃어버립니다.

이렇게 영과 육의 소리는 사람을 어디로 끌고 가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살다가 육의 소리에 이끌려 가면 좋은 목적과 방향을 정해 가다가도 방향을 잃고 육의 구렁으로 들어갑니다. 수도원에 들어올 때는 하늘의 소리를 듣고 오지만, 육의 요동에 흔들려 하늘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거룩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벗어나 하늘의 길을 가지 않고 땅의 길로 걸어가다가 높은 산도 만나고, 막다른 길도 만나고, 거센 풍파도 만나고, 비바람을 만나게 됩니다. 하느님의 집은 나의 피난처, 안식처, 행복의 문입니다.

지금은 작고하신 수도원 장상으로 계셨던 분이 사퇴하신 다음 떠나려고 하셔서 저는 그대로 한국에 머물러 선교사로 열심히 일하시면 어떠냐고 하며 “당신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되기를 바라시지 않고 땅에 기록되기를 바라시면 일본에 가셔도 좋지만”하고 권했지만, 결국 떠나셨습니다. 성과도 없이 다시 다른 나라에 가시고, 말년에는 여기서도 저기서도 환영받지 못하여 한국에 다시 오셔서 끝내 한국 땅에 묻히셨지만, 한국에 계셨으면 더 많은 좋은 일을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사랑하시는 열정은 마무리를 잘하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하늘에 속한 사람이어서 하늘에 이름이 적혀있도록 하느님 소리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 소리를 듣는 사람은 누구일까? 조용히 자신의 입을 닫고 귀만 열고 눈은 주님에게 집중하는 사람입니다. 소화 데레사는 묵주기도 한 꾸러미를 못 드렸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소리를 들으려면 입을 움직이며 기도하는 소리보다 하늘의 소리를 듣기 위해 “말씀하소서.” 반복하며 마음을 비우고 땅을 떠난 침묵의 시간이어야 순수한 하느님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없다.” 매 순간 위로부터 태어나려면 “마음을 드높이” 감사송 외울 때 하는 기도같이 주님을 향하여 있어야 분명한 하느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상처받는 말을 듣고 안절부절못하며 방에서 주님의 고난 상을 바라보고 있는데 “내 마음을 보라. 피멍이 들고 피가 줄줄 흘러도 나는 너를 사랑했다. 죽기까지 하였는데, 내 피와 물로 씻어버려라.” 하시기에 “네, 씻어내겠습니다.” 하니 평화가 왔습니다. 하느님의 소리, 위로부터 들리는 소리를 들으려면 내 입을 막아야 하고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