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말씀은 진실과 사랑이다. <마태오 28, 8-15> 4월 4일

삶의 중심, 방향, 체험, 판단은 말로써 이루어집니다. 말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자유롭게 하고, 평화롭게 하고 기쁨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누가 말하고, 듣는 사람이 누구이고, 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진실과 사랑이 증명됩니다.

그래서 독서를 하면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자세로 말을 하였는지를 정확히 전달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나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역사의 기록 안에서 보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현실 안에서 본 것은 주님이 돌아가셨다가 묻힌 빈 무덤이었습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놀라서 제자들에게 달려갔고 확인하였으나 죽은 사람을 산 사람 안에서 찾아보았으니 보지 못했지만, 주님은 살아서 우리 안에 현존하십니다.

우리는 지금 그 많은 주님의 말씀을 믿고 사는 것이 아니라, 말씀대로 살아나셨음을 믿고,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주님의 길을 따라 살고 있습니다. 어디에 살아계십니까? 바로 내 안에 살고 있습니다. 어제저녁 우리 수도원 전례 중 대영광송을 큰소리로 노래하는 가운데 진실과 사랑이신 주님은 살아 움직이시는 것을 아무리 알렐루야를 부르고 찾아도 말씀 안에서 찾지 못합니다.

빈 무덤처럼 내 마음을 비우면 살아계신 주님을 내 마음 안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공동 집전하는 사제들이 주님의 말씀을 따라 “이는 내 몸이다.” 하니 빵이 주님의 몸이 되어 사랑이 되시고, 그 말씀을 믿고 행하는 가운데 진실로 주님의 현존을 제대 상에서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돌아가신 이문희 주교님을 내 방안에 모시고 지난날 주고받은 말을 되새기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제는 “주교님, 하늘에서 주님과 함께 영원히 살아계신 것같이 오늘 우리는 축제를 지내며 주님이 죽음에서 살아나신 것을 경축하고 있습니다. 전에 살아계실 때는 찾아가려면 시간이나 절차, 많은 장애로 찾아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쉽게 내 방안에서 아니, 언제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분이 되었습니다.”

무덤에 묻힌 주님을 찾아 나선 사람은 무덤이 아니라, 동산에서, 집 안에서, 고기 잡는 강가에서, 길을 가던 제자들 안에서, 아무런 절차도 없이 문이 닫혀있는 방 안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어디나 계시고, 어느 때나 만날 수 있는 분이 되셨음을 알려 주십니다.

어제 헬렌 켈러 여사가 “내가 만일 3일만 볼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는 말을 읽으면서 그 다음 말이 기대되었습니다. 아침 해, 저녁노을, 자기 선생님 등 일상에 있는 것들을 보면 행복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다른 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것으로 행복하다고 전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눈을 뜨고 보는 사람의 행복을 지적하고 본인은 보지 않아도 행복을 찾아 살았다고 믿습니다.

저는 어느 날 눈을 수술하면서 “신부님 장님이 될 뻔했습니다.” 그때 근심 중에 고민하다가 ‘주님이 주시면 받아야 할 일이지.’ 하면서 ‘못 보게 되면 지금껏 보여주신 것을 마음속에 새기며 더 아름답게 보는 능력을 내 안에 가지고 스스로 감동하고 감탄하며 기쁨과 즐거움을 느껴야지’ 하고 “주님 감사합니다. 하며 기도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주님의 부활을 느끼며 찬미 찬송 드리는 우리는 어디서나, 어느 때나 내가 보기를 원하면 지금 그곳에 현존하십니다.

“토마야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사람은 복되도다.” 하신 말씀같이 화려한 전례 안에도 내가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부활하신 주님을 주님의 말씀을 따라 왜 사람들은 빈 무덤에서 주님을 찾는 가? 어디나 계신 주님, 내가 찾는 곳, 내가 존재하는 곳 바로 거기에 살아계십니다. 저는 눈 감고도 보이는 주님을 만나서 묻기도 하고, 전해주기도 하고, 간청하기도 하고, 주님의 자비를 구하면서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진실하시고 사랑이 충만한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참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