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내가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요한 18, 1-19, 42> 4월 2일

오늘은 미사로 주님의 수난을 지내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수난 예식을 거행하며 죽음에 처하셔서 인간이 당하는 고난의 극치에 다다르셨고 보통 사람으로는 견딜 수 없는 수모와 멸시,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고난 속에 가상 칠언을 깊이 묵상하면서 우리가 당하는 고통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우리는 어떤 극단적 고통이 오면 “주님 왜 저입니까?” 하면서 울부짖고 몸부림치지만, 오늘 주님의 수난 현장을 깊이 보면서 주님의 십자가상 칠언을 보아야 합니다. 오늘 요한복음에는 십자가상에서 성모님을 우리의 어머니 되게 하시는 말씀으로 어머니라 부르시지 않고 “여인이여” 하고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이 말씀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극진히 받는 어머니를 우리의 어머니 되게 하셨습니다. 이렇게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우리를 사랑하셔서 어머니의 사랑 안에 살고 도움을 받고 주도록 하심으로써 마지막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목마르다.” 과연 사람이 물 없이 살 수 없습니다. 피와 물을 모두 이 땅에 흘리시고 우리의 죄를 씻어주시고 죄에서 깨끗하게 하신 주님은 또 목마름을 말씀하시므로 생명의 갈증, 사랑의 갈증 아니, 나에게 부르짖는 소리로 들려야 합니다. 지금도 십자가상에서 목마르다고 하십니다. 우리의 미지근한 미음을 보시고 열렬한 사랑을 요구하십니다. 우리의 깊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물을 가져다드려야 합니다.

“다 이루었다.” 주님은 하느님의 아버지가 세상에 보낸 사명을 완수하시고, 이 땅에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우리도 매 순간 이루어야 할 하느님의 뜻이 있습니다.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은 아버지처럼 거룩하게 살고, 아버지가 마련한 하느님 나라에 살고, 아버지가 원하는 뜻을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는 것입니다.

매 순간 적어도 자기 전에 “주님 오늘 주님이 원하시는 일 다 이루었습니다.” 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어야 합니다. 요한복음에는 네 개의 말씀이 있습니다.

마르코와 마태복음에는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우리는 “이 심한 고통을 어찌하여 저에게 주십니까?” 하고 하소연할 때가 있습니다. 갈바리아 산에서 기도하실 때 같은 하소연을 하셨으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하셨습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고통에서 절망의 소리가 나오지만, 그 소리는 더 큰 희망의 소리여야 합니다. 버리시는 것이 아니라, 부활을 희망합니다. 가장 심한 고통에서 가장 큰 희망을 품어야 합니다. 성 바오로 교황님은 죽음에 직면했을 때 “나는 행복합니다.” 하시며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 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지난날 어려서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서 그 모든 것은 세상에서 바로 살게 하려는 준비 단계였다고 확신합니다. 또한, 지금도 그런저런 고통을 당하면 더 좋은 것을 주시는 기회로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순종함은 자유, 평화를 누리는 길입니다.

루가복음에는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소서. 사실 그들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렇게 자기를 십자가에 죽이는 자들을 용서하기를 청하시는 주님은 참으로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하느님의 아들딸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비판을 받고 박해하는 사람을 우리는 변호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주님께서 자기를 죽이는 사람까지 용서하시고 용서받기를 아버지께 전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끝으로 십자가상에 좌도와 우도의 대화는 한 가지 일을 놓고 이기적이나 이타적이냐에 따라 악과 선이 갈라집니다.

좌편에 죄수는 “너도 살고 나도 살려주시오.” 우편은 “저분은 아무 죄도 없이 저런 고통을 당하는데 우리는 마땅한 벌을 받는다.”고 하니 주님은 우도를 향하여 “당신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죄가 커도 뉘우침만 있으면 죄는 용서받고 낙원에 갈 것입니다.

이 모든 십자가상 칠언은 바로 우리의 현재 삶과 연관 지어 오늘 수난의 날,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구원의 길을 가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