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뒤에 주님은 희망이 되심. <요한 6, 31-47> 3월 18일

관 뚜껑을 덮기 전에는 성인이라 말하지 말라고 했듯이 죽어야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어제 대구교구 8대 이문희 대주교의 장례식장은 고인의 칭송으로 기쁨이 넘치고, 슬픔을 전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주교가 되어서 하신 일은 수없이 많아서 무엇을 말할지 모릅니다. 저는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주여, 영광 받으소서.” 그 당시 금수저 집안에서 프랑스 유학 중 사제가 되시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제가 되셔서 시작부터가 범상치 않았습니다. 친절하신 분으로 동시대에 살고 함께 한 일도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겸손하고 사랑을 나누신 분이었습니다. 시골에 소임 받은 젊은 형제를 찾아가 함께 식사하며 위로하고 어려움을 묻고 떠나면서 금일봉을 주시고 용기백배하게 하신 분입니다. 작은 일에서 큰 성품이 드러납니다. 제가 은퇴하려고 하니 주민등록상 3년 남았는데 그때까지 하라고 하셨지만, 본 나이대로 은퇴하고 본당 일을 떠났지만, 그분의 배려심에 감동했습니다.

잘 살아야 죽음을 잘 맞이한다고 하지만, 주님의 죽음이 그러하듯이 이 문희 주교님의 죽음도 유언장에 쓰여 있는 대로 신자들의 자비로 용서를 청하고 계속 남아있는 사람들은 교구 발전을 통해 하느님의 나라가 더욱 번창하여 많은 이들의 구원을 기도하며 “안녕”이라는 인사말도 빠트리지 않고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사람의 길입니다.

주님도 십자가 위에서부터 본모습이 드러나게 되었고,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은 성 스테파노 같이 첫 순교자가 설교하면서 주님을 믿고 구원받을 것을 권고하고 순교하시며 주님을 따라가셨습니다.

우리도 어떤 모양으로 살든지 끝 날이 있고, 끝 날은 주 하느님을 만나러 가야 하고 그 길이 행복의 길입니다.

내 죽음을 슬퍼하지만 않고 사랑을 하고 산 삶을 하느님 영광으로 모시고 더 많은 이가 하느님의 은총 안에 행복해지기를 기도하며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은 믿는 이들의 희망이며 사랑입니다. 오늘 저는 방향을 바로 잡고 죽을 때까지 주님을 만나고 주님 안에 영원한 생명을 받으신 주교님과 함께 살기 위해 내 탁상 위에 오도 아빠스, 최 시동 신부, 최 봉도 사베리오 신부, 이 문희 대주교님 영정사진을 모시고 천국에 있는 그들과 함께 아침저녁 대화 나누고 살고 있습니다.

죽은 이와 산 이의 통공을 믿으며 영원히 삶을 믿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