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많은 먼지 같은 흙의 결정체다. <루카 18, 9-14> 3월 13일

흙으로 덮여있는 땅에서 많은 먹거리가 나오는데 먼지 같은 흙의 결정체가 모여서 땅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올라야 할 산은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오늘 바리사이들의 기도와 세리들의 기도를 놓고 “누가 의인이 되겠는가?” 하시면서 자기를 높이지 말고 낮은 이로 시작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은 하느님 앞에 자기 자세를 낮추어야 합니다. 손에 잡히는 것이 작다고 잡지 않고 버리는 사람은 큰 것을 만날 수 없어 실패합니다. 영어를 배우려면 a, b, c부터 배워야 하듯이 집을 지으려면 주춧돌부터 단단히 세워야 합니다.

사람이 하느님의 힘으로 의인이 되려면 주님 앞에 읍소해야 합니다.

작은아들의 비유에서 아무리 죄를 짓고, 죄인이었어도 엎드려 죄를 고하고 “불쌍히 여기소서.” 하니 본래의 모습대로 회복했지만, 큰아들은 고자세로 “나는 잘못이 없으니 더 좋은 것 주지 않고” 하면서 불평하다가 퇴박 받았습니다.

우리는 십자가 밑에 모두가 죄인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파스카 제를 드리는 미사에 나와서 모두가 죄인입니다. 교황님처럼 성인같이 사는 사람도 미사 전에 모두가 자비 송을 외우며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하고 외칩니다. 돌아온 작은아들 모양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며 진정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지 못하지만, 진정한 믿음의 고백은 참 사도로 변하여 그리스도 부활의 신비에 참여하며 복음의 사도가 될 수 있습니다.

참으로 가난한 집에 시집간 여인이 “이 형편없는 가정을 어떻게 일으켜 세울까?” 하다가 모든 식구를 모아놓고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누구든지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무엇이든지 좋으니 가져오세요. 남이 버린 것, 쓰레기, 가랑잎, 풀까지도 무엇이든지 주워 오시라” 하여 점점 이상한 것이 쌓이기 시작했는데 짚단을 묶어 불을 지피고, 방을 따뜻하게 하고, 물도 끓이고, 버린 감자, 나락, 이삭 등 먹을 것이라도 있어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힘을 얻고, 노동도 하고, 돈도 벌고, 버는 대로 가져와서 모으니 사는 걱정 없어지고 점점 풍요로운 살림이 되어 나중에 큰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저에게까지 전해왔습니다.

사실 저희도 이북에서 남쪽으로 와서 가진 것 없고, 집도 없고, 인천에서 겨우 나무 조각 주워서 두 칸 집 짓고 살았습니다. 집에서 산 넘어 갯벌에 가서 조개, 작은 게 주워서 게는 간장에 담아 먹고, 조개는 국 끓이고, 밭에 가면 무청 버리는 것 주워서 김치도 담그고, 양념 살 돈이 없어서 소금에 절여 먹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6.25 때 비행기가 공장을 폭격한 곳을 찾아가 폭격으로 무너진 집에서 나무 조각 주워서 밥도 해 먹고, 겨울에 땔감도 마련하면서 생활하던 생각이 납니다. 손발 묶어놓고 방에만 있었으면 굶어 죽고 얼어 죽었을 것입니다.

어려움 속에서 자세를 낮추며 무엇이든지 하고, 무엇이든지 주워 모아 살길을 찾아야 어려운 시절에 살아남을 수 있으며 높이 오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비참한 처지에 있어 십자가 밑에 무릎 꿇고 “저는 죄인이오니 불쌍히 여기소서.” 기도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갑시다.

코로나의 어려운 시대 우리는 주님의 도우심으로 살아날 길이 있습니다. 우선 감사하세요. 무관심했던 서로의 왕래가 자유스러우면 이웃을 찾아가고, 서로 위로하고, 정을 나누고, 도와주고, 사랑을 실천하도록 깨우쳐 주시고. 이런 시절 경거망동한 행위로 병이 걸려 죽음의 길로 가는 것을 더욱 겸손하게 살도록 이끄시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모두 무사히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날이 오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