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사람은 용서할 수 있는가? <마태 18, 21-35> 3월 9일

용서하는 사람은 불의한 사람인가? 용서하는 사람은 자비로운 사람입니다. 자비는 정의롭지 않으면 가질 수 없습니다. 참 정의는 행위자를 잘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며 “내로남불”이 아니라 “내불남로”의 정신을 가진 사람입니다. 거울을 보고 자기 얼굴의 띠를 찾아내듯이 너를 보고 나를 아는 기회가 됩니다.

어느 사형수를 면회 온 변호사가 죄수의 말을 듣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 교도소에 내가 있어야 하는데 당신이 있구나.” 이는 가장 정의롭다는 사람도 그 환경에 있으면 더한 죄도 범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에서였습니다. 다행히 나는 그런 환경에 있지 않아서 죄가 없다고 해서 정의로운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빚을 지고도 잊고 사는 사람일 수 있고, 극한적 환경이 오면 더 나쁜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을 깨달으면 용서가 가능합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성인도 하루에 일곱 번 죄를 짓고 산다.”라는 말을 듣고 자기반성을 하면 죄를 짓고 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죄지은 여자를 끌고 주님 앞에 와서 “어떻게 할까요? 돌로 쳐 죽일까요?” 주님은 “여기 죄 없는 사람 돌로 치라”하니 나이 많은 사람부터 떠나가 아무도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런 말도 하고 살아갑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용서할 수 없다.” 이는 죽어도 용서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당신을 세 번이나 배반한 제일 가까운 베드로 사도와, 당신을 30 은전에 팔아넘긴 유다와, 당신을 십자가에 돌아가시게 하는 사람들을 죽기까지 용서하셨습니다. 주님은 일흔일곱 번까지도 용서하라는 말씀은 하느님의 자비가 영원한 것같이 용서하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주님은 십자가의 죽음으로 온 인류의 죄를 용서하셨습니다. 용서는 죽을 사람을 살리고 나도 사는 길입니다.

제가 나이 80에 수도원장으로 임명받고 원장직을 수행하니 사방에서 메일이 많이 오며 “그 나이에 무엇 하러 원장을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 어떤 이는 편지를 쓰고 “당신이 원장 하면서 교만하게 보이고, 교만하니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하고 “더 늙어서 사람 취급하지 않으면 당신만 슬프다.” 하며 비난과 만류의 글을 보고 ‘찾아내어 복수할까?’ 하다가 ‘아니야, 이 형제는 고마운 사람이다.’ 하고 글의 의미를 반대로 해석했습니다. “신부님 더 겸손하게 사세요.” 이렇게 말을 바꾸니 평화가 오고 3년 동안 겸손한 삶을 살고 나니 지금껏 신부님처럼 원장 한 사람 없었다고 하며 역사적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떤 일에 반대 입장만 내세우지 말고 그 사람 편에 서서 생각하면 해답이 나옵니다. 저 사람과 같은 환경이면 그런 죄를 범하기 쉬우며, 어떤 일의 뒤에는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역사적 의미를 찾아보고 용서하고 교정해야 합니다. 어려서 작은 상처도 시간을 보내며 큰 상처가 되며, 그 상처를 치유하려면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야 합니다. “물과 성령으로 다시 나지 않으면” 하신 주님의 말씀에는 매일 새날이 오듯이 새로운 나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하느님의 창조 사업은 없는 것을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망가진 것을 새롭게 사용하시는 일은 바오로 사도를 부르시고 선택하신 것입니다. 그리스도 신자를 박해하는 사람을 신자들을 주님께 이끄는 사도가 되게 하셨습니다.

우리도 용서받고 다시 살아나는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