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은 어디에 있었나? <요한 1, 35-41> 1월 17일

1964년 김천 평화동 성당에 보좌로 발령받아 방을 얻고 내 집처럼 몇 개월 살다가 성주, 함창을 거쳐 퇴강 본당 임시 주임으로 6개월 살다가 구미 원평 성당 주임으로 살 때 이제 내 집에 왔나 생각하고 열심히 사목하다가 발령을 받고 부산으로 가면서 나오지 않던 눈물이 비 오듯 흘러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거의 70세까지 나그네 생활하다가 본집에 70에 들어와 수도원에서 살고 있으면서 은퇴 사제로서 할 일 없이 살고 있습니다. 여기가 내 집인데, 하루는 노인 요양소 지어 밖으로 보내겠다고 해서 저는 반대 의사를 표현하면서 객사하고 싶지 않고 내 집에서 죽겠다고 하며 내 집을 사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수도자는 어디 다른 곳에 살기를 원하는 듯하지만, 본 수도원만한 자기 집은 없습니다.

얼마나 좋은가 하면 가장 안정된 삶이 있는 참으로 하느님과 함께 사는 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주님의 집을 아직 찾지 못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주님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와서 보아라.” 지금 붉은 벽돌집 안에 4평 남짓한 방 306호에 살고 있습니다. 책상, 침대, 옷장, 책장, 작은 간식 장과 화장실, 샤워실, 다 있어서 혼자 살기에 너무나 넉넉한 공간입니다. 어떤 때는 부엌, 식당, 응접실, 공부방, 침실, 화장실, 손님방에, 정원이 있는 집에서도 살았지만, 그 집은 내 집이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그리 좋은 집을 가보니 낯선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말을 늘어놓은 것은 “참 내 집은 어디냐?” 다시 반문해 보아도 여기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준비하고 있는 작은 약 가방을 들고 병원으로 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 집은 내 마음이 가는 곳입니다. 사실은 여기처럼 편한 집은 없지만 내 집은 여기가 아니라, 주님이 “와서 보아라.” 하셨듯이 아버지 집을 찾아가야 하겠습니다. 여기 살던 모든 집은 잠시 지나가는 전셋집이었으니 영원히 살 집을 찾아가야 합니다.

내 집은 아버지가 거처하는 집입니다. 그 집을 찾아가려고 준비 운동하고 있으며 “인생은 나그넷길”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던 것처럼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가네.” 이제 마지막 역 대합실에 와 있습니다. 내가 영원히 있어야 할, 아버지 집에 들어가기 위한 대합실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봅니다. 며칠 전 착복한 수련자, 서원 갱신으로 유기서원 기간을 잘 살아 보려는 수도자, 사제 서품식으로 사제로서의 삶을 잘 살고자 사제, 어제는 서원 25주년 은경 축, 40주년 기념행사 등으로 복잡한 시간을 보내면서 복잡한 대합실을 보는 듯했습니다. 40주년 수사님에게 “몇 분이 함께 들어오셨다가 몇 분이 남았습니까?” 하니 아홉 분 중 한 사람만 남았다고 합니다. 알고 있던 일이지만 ‘영원한 아버지 집으로 가는 대기실에서 기다리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구나.’ 그래서 여기가 집이 아니라 대기실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저는 이미 마음은 거기에 살고 있습니다. 기도와 묵상 중에 그 영원한 집을 그리는 마음 가득합니다.

집 떠난 탕아가 아버지 집을 그리워하듯, 찾아가 아버지 품에 안기듯이 내 집은 아버지의 품입니다. 지나간 집들은 그림자처럼 지나갔고 지금 있는 집은 영원히 살 집이 아니라, 기다리는 집입니다. 나의 인생은 어디 있으나 나그네입니다. 주님이 계신 곳, 마련하신 집으로 가야 합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정성껏 기도합시다. 내 집은 주님의 집이었구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