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선과 악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마르코 1, 40-45> 1월 14일

숨길 수 없는 것은 선과 악입니다. 이는 마치 불을 감출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연기가 나는 곳에는 불이 숨어있듯이 아무리 감추고 비밀이라 해도 인간의 모든 행위는 본질이 드러납니다. 요사이 정보화 시대는 비밀이 없어지고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모두가 알게 됩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말처럼 숨기려 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오늘 주님은 나환자를 치유하시고 소문을 내지 말고 감사하며 살라고 하셨지만, 하지 말라는 말까지 전해졌습니다.

저는 비밀이 없는 세상에 살았으면 합니다. 역사 안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나 선을 드러내고 악은 감추어 주는 것이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어떤 사람이 길 가다가 돌이 땅 위에 나와서 넘어졌습니다. 돌부리를 캐내서 들어내려고 하다가 파면 팔수록 돌덩어리가 커서 캐낼 수 없어 흙으로 덮으니 지나가는 사람이 넘어지지 않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같이 허물을 캐내려 하지 않고 덮고 가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신학 공부를 할 때 호교론이란 과목이 있었는데 교회가 잘못한 일도 호교론 적 관점에서 변명하고, 변호하고, 합리적이라고 하던 일을 몇 세기 지나서 교황님이 갈릴레오 사건도 사과하시고, 여러 문제를 사과하며 용서를 구하는 일이 현대에 이루어지는 것은 악은 감출 수 없고 열린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교회도 잘못이 있으면 솔직하게 고백하고 세상에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이같이 개인의 잘못이 드러난 것은 용서를 청해서 얻고 화해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검찰에 고소당하면 먼저 “나는 죄 없다.” 하다가 나중에 물적 증거가 나오면 승인하고 벌 받는 일이 허다하듯이 죄가 있는 것을 양심적으로 느끼면 용서를 청하는 것이 평화와 자유를 누리고 행복 중에 사는 길입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하지 말고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잘못이 있으면 인정해야 합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에 살기 위해서는 깨끗하고 양순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남의 잘못은 감추고 자기 잘못은 내놓고 열린 마음으로 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드러난 죄는 자비를 구하고 자비의 은총을 받아야 하고, 잘한 일은 교만하거나 자만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려면 모든 선은 하느님의 영광으로 돌리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주님은 왜 드러난 소문 때문에 고을에 못 들어가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셨는가? 그 당시 나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비난받고 벌 받게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사이 코로나 확진자를 만난 사람은 반드시 검사를 받고 확진 여부를 확인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드러나게 움직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사방에서 모여왔다고 합니다. 그들은 주님의 나환자 치유의 힘을 인정하였기 때문입니다. 역사 안에서는 악으로 규정했지만, 순교한 장소에 성지 순례자가 모이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도 십자가를 지시고 죽음의 길로 가신 주님을 찾아 만나고 함께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