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는 나보다 좋은 사람이다. <요한 3, 22-30> 1월 9일

87년을 살면서 만난 사람은 앞에 있는 사람이나 뒤에 있는 사람이나 나보다 좋은 사람이며 그 사람들과 함께 있어 내 존재가 빛나게 됩니다. 경쟁의식에서 남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인정받으려고 교만한 마음을 부리고 비교하지만, 사실은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사람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쓰레기 더미에 놓으면 쓰레기처럼 보이지만 경치가 좋은 곳에 놓으면 귀공자같이 보입니다.

서로 단점만 보면 하나도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만, 장점을 찾아보면 모두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낭비하는 사람은 나눔의 정신이 있고 인색한 사람은 아끼는 사람이고 폭력적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앞장서서 싸우는 사람이고,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조화를 이루는 원동력은 높고 낮은 것 깊고 낮은 것 온갖 색깔이 있어 아울러 조화가 이루어지듯이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 어울려 조화를 이룹니다.

하느님 안에도 조화가 있습니다. 삼위가 하나가 되시는 것은 사랑의 조화입니다. 하나는 둘을 따라오게 하고 다음 숫자를 계속 이어지게 합니다. 우리 한국어는 획과 점의 조화입니다. 말을 하려면 가나다라를 알아야 하듯이 한 점, 한 획이 없으면 말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말입니다. “너 같은 것 없어도 좋아” 하지만 없으면 나도 없어집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의 주님 찬송론은 참으로 인간적이며 신적인 말입니다. 이미 각자의 어머니 태 안에서 만날 때 요한이 뛰놀았다고 하였듯이 주님의 현존을 “내 기쁨도 그렇게 충만하다.” 했습니다. 외로운 삶 안에 네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님과 요한의 만남은 신랑과 신부의 만남같이 기쁨이 충만한 만남입니다. 어제 내 존재의 의미는 너를 위할 때라고 했듯이 나와 내가 어울릴 때 존재가 빛나는 것입니다.

한 공동체는 한 가지 모양으로 구성되면 단조롭습니다. 1이 2가 되듯이 조화 안에 삶의 의미가 있어야지 조화가 없으면 성장도 없고 재미도 없습니다. 저는 급한 일이 아니면 고속도로보다 일반 도로를 이용하며 여행하기를 좋아합니다.

우리의 삶도 바르고, 곱고, 깨끗한 사람만 만나면 고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인생을 사는 멋과 맛이 없습니다. 소금은 쓰고 짜서 맛이 없지만, 음식에 들어가면 맛을 내고 목에 넘기기에 좋습니다.

이같이 음식도 조화있게 먹어야 하듯이 인생도 조화를 이루는 뜻에서 어떤 사람하고도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 느릿하게 사는 사람 옆에는 마구 설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병든 조개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오듯이 병든 공동체에서 성인이 나옵니다.

교만한 사람이 있는 곳에 겸손한 사람이 생겨납니다. 낮만 있는 세상, 밤만 있는 세상에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밤낮이 있어 행복한 하루를 살 수 있습니다.

상대를 높이는 사람은 반말, 비난하는 말, 흉보는 말, 저주하는 말, 욕하는 말이 아니라 상대를 존경하는 말, 감사하는 말, 축복의 말, 높이는 말을 해야 합니다. 수도원은 일 년에 몇 차례 사람을 평가하는 시간이 있는데 저는 약점을 보지 않고 장점만 보니 할 말이 없습니다.

사람의 좋은 점만 보고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