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스로 누구라 말할 수 있나? <요한 1, 19-28> 1월 2일

세례자 요한에게 “당신은 누구요? 당신 자신을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이요?” 이 물음에 “내가 주는 세례는 물로만 주고 뒤에 오시는 분은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라고 하십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고,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리기도 합당치 않다.” 하시며 앞에 있으나 뒤에 오시는 분이 참 구세주이심을 알려주는 선구자라고 합니다. 나는 여기에서 수도자란 무엇 하는 사람인지를 전하는 사람으로 수도원의 운영에 아무런 역할도 못 하는 사람이지만, 오시는 사람들의 길잡이입니다. 이같이 일생을 주 그리스도의 소개소를 차리고 만나는 사람에게 주님은 누구시고 우리의 참 구원자이신 하느님을 전해주는 선구자이며, 하느님을 알려주고 하느님에게 인계하는 사람입니다.

사제가 그리스도가 되어 대접을 받으면 월권행위입니다. 저는 주님을 찬미 찬송하며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감사와 찬미 드리는 사람일 뿐입니다.

이렇게 전하는 사람으로 밤낮 주님의 뜻을 헤아리고 묵상하며 주님을 만나 대화하며 확신을 얻고 주님의 종으로 주님의 뜻대로 사는 것은 이끌기를 바라는 소와 같이 무거운 짐을 싣고 목적지까지 가는 소입니다. 마침 올해는 소의 해입니다. 나는 농장의 소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끌려 나오고 끌려가는 소의 쟁기를 달아주면서 땅을 비옥하게 가꾸려고 갈고, 뒤집고, 평평하게 만드는 일꾼입니다. 새날 새해가 되어 모두 평화를 누리도록 하는 일꾼입니다.

사제의 은퇴 나이는 70세인데 저는 그 나이부터 수도원 안팎에서 사람을 만나고, 거칠어진 마음을 편하게 하고, 고통을 함께하고, 받아주고, 하느님의 은총을 나누어주면서 보내는 시간 참으로 행복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돈 받고 하거나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소가 땅을 비옥하게 하듯이 사람들의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주님이 오시는 길이 고속도로 모양 찾아오시고 찾아가는 길이 되기를 기도하며 길을 만드는 일꾼일 뿐입니다.

요사이 지나간 축구 시합을 TV로 보는데 골 하나 넣고 나면 선수가 십자가를 급히 놓으며 손가락을 하늘로 향하는 모습은 내 덕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상담 후 제가 한 말이 아니라 성령의 말씀인 것을 뜻하는 표시로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 기도를 합니다. “이 사람 위에 성령이 머물러 주소서. 아멘.” 합니다.

나는 주님 오시는 길의 길잡이고 주님 대신의 입과 손일뿐입니다. 그러나 저는 예수님을 닮은 사람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영광은 주님께, 평화는 저에게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주님의 뜻을 따라서 살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하느님의 사람입니다. 모두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