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요한 1, 1-18> 12월 31일

어제가 오늘이 되었네. 지구는 고속으로 달려 태양을 한 바퀴 돌아 떠난 자리에 와 있는데 나는 그 긴 여행을 하면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만났으며, 무엇을 손에 쥐고 여기에 서 있는가? 힘든 여행길을 걸어 다시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시작하는 날, 내가 기대한 것이 이루어졌으며, 지금 서 있는 곳에 무엇이 나의 존재감을 주고 있는가? 사람들은 이 해를 잊자고 망년회를 하지만 잊고 싶지 않은 한해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매일 확진자 숫자 난을 보고 있었지만 막지 못하고, 더 많은 확진자만 생기고, 끝이 보이지 않고, 내년도 같은 날이 계속되리라 예견되면서 갈 길이 없고, 해야 할 일이 없고, 그저 내 몸 하나 지키는 마스크 차고, 손 씻고, 사람과 거리 두고 나를 보호하는 일에 시간 다 보냈으니 어찌할까 생각합니다.

지구는 할 일을 다하고 여기 안착했는데, 봄·여름·가을·겨울을 가져다주고 밤낮을 365일 지나서 여기 있는데, 지구는 태양을 감싸고 변함없이 움직이고 여기까지 나를 운반해 와서 2020년 마지막 날에 왔습니다. 내가 무엇을 했나 생각하니 ‘나도 하느님 중심으로 사는 것은 지구가 태양을 따라가듯이 하느님 따라왔구나.’ 오늘 내가 할 일은 감사와 찬미, 천사들이 외치는 소리 같이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땅에 있는 나는 참 평화를 누리고 여기에 서 있는가? 아니,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느끼고 살고 있는가?’ 생각하니 땅에 이루어진 모든 것 하느님의 사랑이었습니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 것, 밤이 낮이 되고, 다음날 기다려지고, 태양의 빛 가지고 온 아침을 기리며 사는 것은 모두가 하늘의 영광입니다. 그 현상에 귀한 생명을 지니고 살고 있음은 하느님의 배려, 자비, 사랑입니다. 그래서 저는 평화를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서 있는 자리에서 감사, 찬미 찬송을 노래하는 것이 나의 일입니다.

사랑은 사랑을 부르며 부름에 응답하는 사람에게 참 평화가 찾아옵니다.

참 평화를 누리고 살고 있습니까? 평화를 누리지 못합니까? 참 평화를 누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입니다. 2020년을 보내며 “나는 슬프다. 괴롭다. 힘들었다.” 하면 다음 해도 똑같아집니다.

오늘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마지막 날을 잘 보내 드려야 합니다. “2020년아 고맙고 감사해!” 하며 보내야 합니다.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은 그 자체로 칭찬받을 사람입니다. 참고, 견디고,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내주고, 함께하고, 하느님이 사랑해주신 것을 느끼며 시간 시간을 보냈으면 하느님의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았다는 증거입니다.

참지도 않고, 견뎌내지도 않고, 용서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고, 내주지도 않으면 마음의 평화를 누린다고 할 수 없으니 행복한 날을 보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계절의 변화를 일 년 동안 주시고, 밤에는 달빛, 낮에는 햇빛을 주셨습니다. 일 년을 살고 하루를 살게 하신 주님의 사랑을 모르고 살았으면 평화 속에 살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창문을 향해 비치는 따뜻한 햇볕을 느끼며 하느님의 은총을 느껴보세요.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저는 변함없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 서 있고 서 있어야 합니다.

행복했던 한 해를 보내고, 2021년의 새해를 행복으로 맞이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