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오신 분은 전능하신 하느님 <요한 1, 1-18> 12월 25일

우리는 어두운 밤에 빛이 비치는 태양을 기다리며 긴 밤을 견딥니다. 해가 지는 저녁 어둠이 다가와도 내일은 해가 뜬다는 이치를 알고 있어 밤을 맞이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과 인연을 맺고 역사의 흐름 속에 언제나 하느님을 찾으며 온갖 어려움을 헤쳐나갔습니다. 사회 전반에 아니, 생활 전반에 깊이 파고드는 고통과 시련과 어려움을 구해줄 주님을 기다리며 기도하고, 간청하고, 생명을 보존해 주시기를 기도하고, 원수가 해치지 못하게 기도하여 원수까지 사랑하고, 그 많은 유혹에서 구해지고 온갖 악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하는 그분을 우리는 가뭄에 단비를 기다리듯 하늘을 보고 하느님이 우리의 현실에 오시기를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오신 분은 전능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우리 수도원은 매년 구유에 누우신 예수 아기를 꾸미고 기다렸는데 젊은이들의 현실 감각으로 지구 위를 만들어 그 위에 온 세상의 주님을 모시는 성탄은 새로운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거부했지만, 오신 분은 전 세계 온 인류를 위해 오셨으며 세상 끝까지 당신의 모습으로 창조한 사람 가운데 참 빛으로 오시고, 어둠을 비추시고, 그 빛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두운 세상에 비추시는 참 빛입니다.

왜 우리는 그렇게 요란스럽게 빛이신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고 기다렸을까요? 오늘 복음 1, 9-14절을 똑똑히 보면 그 해답이 나옵니다.

9-11에 “창조주이신 하느님이 빛으로 오셨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태양은 어둠을 비추려고 빛이 땅을 비추듯이 우리와 함께 계시며 빛으로 계시고 12-13은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자녀 됨을 주신다.” 하시며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도록 한다고 하십니다. 하느님을 믿고, 바라고, 사랑하는 사람은 주님이 빛으로 오셨음을 믿는 사람입니다. 14절에는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과 함께 있으면 그분의 전능한 영광을 보고, 은총으로 충만하여 오신 분이 하느님이신 것을 보게 된다고 하십니다.

오늘은 다만 역사 안에 이루어진 일을 상기하며 기억하려는 기념일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우리와 함께 계시며, 태양이 아침에 비추듯 우리 안에, 우리와 함께 각자의 생명이 있는 한 당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현존하십니다.

오늘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꼭 한번 보셔야 할 말씀은 니케아 신경입니다. 어제 성탄 밤 미사 때 기도하면서 저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한분이신 하느님을 저는 믿나이다. 전능하신 아버지 .......죽은 이들의 부활과 내세의 삶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아멘.” 미사도 못 하셨는데 곰곰이, 천천히 보세요. 매일 미사 통상문 안에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계신 분이 누구신지 알게 합니다.

어떤 종교보다 어떤 신보다 전능하고, 위대하고, 영광스럽고, 자랑스럽고, 확신이 가는 하느님을 알고, 믿고, 바라고, 사랑합니다. 여기까지 살게 한 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이끌어주시는 힘입니다. 어떤 어려움 속에도 하느님의 뜻대로 살고 살아가기를 기도하며 오신 분을 마음 깊이 환영하고 사랑합니다. 오신 주님을 사랑하기를 기도합니다.

“축 성탄” 많이많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