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과 이름의 중요성 <루카 1, 57-66> 12월 23일

인류의 그 많은 사람이 각자 자기 성품을 갖고 태어나고, 자기와 똑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지어진 이름도 자기 이름이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아닙니다. 또한, 사람은 큐알코드로 다른 이와 구별됩니다. 요한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라는 것은 성령의 지시였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지어진 이름은 “이석진”, 세례 때 다시 영적으로 새로 태어남을 알리기 위해 “헨리코”라는 본명과 수도 가족이 되면서 “그레고리오”라는 이름을 받고 60년을 살고 있습니다. 이름값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름값도 못 하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모임에 가면 참석자를 다 못 부르고 이름 있는 사람만 부릅니다. 며칠 전 대전 요셉 주교님 장례미사 때 주교님들 이름 뒤에 동창생이란 이름으로 제 이름을 부를 때 갑자기 내 존재의 중요성이 드러나 놀라면서 감사한 마음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름을 부를 때 존재감이 상승합니다. 인생은 가고 이름 석 자만 남는다고 하지만, 그 이름도 사라져갑니다. 요한은 이름값을 하고 세상을 장식한 사람으로 성경이 있는 한 이름은 남아 그의 공적과 사명감을 역사에 남기고 기억하게 합니다.

죽은 다음 비석에 써진 이름보다 우리는 내 이름이 하늘에 써져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수도원에 30이 조금 지나 아빠스가 되어 열심히 일하시다가 동료 사제들의 권고에 따라 사임하시면서 그 나이에 또 다른 일을 하시려고 일본에 가신다고 하기에 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빠스님 당신의 이름이 세상 어디에 기록되어 이름이 유명해지기를 바랍니까? 아니면 하늘에 기록되기를 바랍니까?” 사실 세상을 떠나고 난 다음 그저 “오도환”으로 남아있으면서 한국 땅에 묻혀 남아있습니다. 그때 제 말은 한국에 남아 일하시면 더 좋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이분은 한국 땅에 하늘의 이슬처럼 내려주신 분입니다. “나는 한국에 묻히고 싶다.” 하시며 수도원에서 형제들과 함께 사시다가 운명하셨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예루살렘에서 순교하시고, 산티아고에 시신이 묻히고, 지금껏 이름값을 하며 많은 이가 산티아고 길을 성지 순례하게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름값을 하며 산다는 것의 의미는 사람으로 신자로서 수도자로 받은 이름대로 사는 것으로 생각하며, 그렇게 살기를 바랍니다. 이름 따라 하느님의 아들로, 하느님의 사람으로, 하느님의 종으로 살다가 하느님 품으로 가는 여정을 이름값 하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이 이름과 함께 주신 생명을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게 하면서 살았고, 살고 있으며, 살기를 기도합니다.

세례자 요한이 자기 이름값을 하고 세상에 사신 것처럼 우리가 모두 이름값을 하고 주님 앞에 나가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