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한 자를 흩으시는 분 <루카 1, 46-56> 12월 22일

교만은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자기 위치를 자랑하고 자만심에 빠진 사람에게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모든 자리는 공동체가 만들어줍니다. 네가 없으면 내가 없듯이 너와 나 저들과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 자리입니다. 죄를 짓는 사람이 있어 법관이 있고, 국민이 있어야 대통령도 있습니다. 너는 나의 존재 의미이며, 너 없이는 나의 존재 의미가 없습니다. 너로 인하여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지 너 없으면 내가 있는 자리는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하늘과 땅을 동시에 창조하셔서 서로 어울려 살도록 했습니다.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생겨나는 과정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땅속에 씨앗이 심어져 하늘에서 물이 내려오고 땅속에서 썩지 않으면 씨앗은 피어나지 못합니다. 씨앗은 자기 모양이 사라지고, 다른 모양으로 싹이 트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습니다. 씨앗을 고고하게 농가 기둥 위에 매달아 놓으면 해가 지나도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오늘 하느님은 전능한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에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교만한 생각은 자기도 망치고 남도 망치게 합니다. 요사이 여당은 수가 많다는 자만심으로 법을 마음대로 정하고 국민에게 순종하라고 하지만, 정의에 어긋나면 저항이 오고 저항은 하느님의 손으로 망가집니다.

교만한 자는 권력으로 인한 것도 있지만 제물로 인해 사치, 허영, 시기, 질투로 인해 남보다 잘산다고 머리를 들고 사는 사람은 재물만 낭비하고 거지가 됩니다. 강남땅 부자도 있지만, 강남땅 거지도 있습니다. 드러내놓고 사는 사람은 감추고, 겸손하게 사는 사람과 다릅니다.

끝으로 명예, “나는 서울 사람이다. 나는 서울대학 나온 사람이다. 나는 아무개였다. 나는 외국에 갔다 왔다.” 하고 자랑하지만, 시장 사정에 너무나 어두워서 전후 사정을 모르면 어리석은 사람이 됩니다. 박사란 어떤 전문 지식에 정통하지 전체를 다 알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자동차 운전 시험을 보통 사람이 잘 합격하고 박사라고 이름으로 운전면허에 합격하지 못합니다. 각기 분야가 달라서 그 안에 배워야 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겸손이 필요합니다. 어떤 처지에 있든지 교만은 자기 자신을 망가트리는 도구입니다.

저는 80이 넘어서 수도원 원장을 하려니 그 나이에 원장 한다고 직접 그만두라 하고 어떤 이는 글로써 원장 하지 말라고 하면서 교만하다느니, 교만해 지면 왕따당하느니, 그때 슬퍼하지 말고 그만두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의 마음은 ‘더욱 겸손해야지’하고 참으로 겸손한 자세로 살면서 지켜보는 그들의 말에 순종하고 3년 동안 겸손과 온유로 형제를 대하니 모두가 친구 되어주고, 무사히 원장 직무를 끝냈습니다. 교만을 벗어나는 길은 만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을 실천하려면 가난한 마음이 있어야 하고, 가난한 마음을 가지면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을 지니고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자기를 낮추며 사랑을 완수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