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듣고, 보고, 느낀 바를 믿는다. <루카 7, 18ㄴ-21> 12월 16일

하느님 말씀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모르는 것을 알려주시고, 현상을 설명해주시고, 숨어있는 진실을 드러내고, 하느님이 원하는 바를 전해주십니다. 하느님은 말씀 한마디로 없는 것을 존재하게 하시며 빛 속에서 보게 하십니다.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어둠 속에 있으면 볼 수 없고, 빛이 비쳐야 보이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빛이란? 볼 것을 보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에 탐욕이 있으면 이미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옵니다. 시골 살다가 서울 신학교를 가니 보이는 서울 여자의 아름다움 아니, 지적 아름다움에 끌려 보고 또 보고 싶은 충동에 빠졌습니다. 사제가 되는데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고 상담을 청하며 물으니, 왜 한 가지 더 생각을 못 하느냐고 했습니다. 하느님이 만드신 모든 것은 “좋더라.” 하신 것같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신 주님께 감사합니다. 찬미합니다. 이는 마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감탄하면서 다이돌핀이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다이돌핀은 엔도르핀보다 1,000배 이상 에너지를 분산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하느님과 연관 지어서 보고, 보고 들으며 느낌으로써 나를 믿음으로 이끌어주었습니다.

씨앗이 땅에 들어가 썩어 솜털 같은 생명체가 생기고, 줄기가 생기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야 하듯이 믿음의 씨가 나에게 심어져 내 안에서 죽어야 솜털 같은 새로운 생명체가 생겨 줄기가 생기고, 중심이 잡히고, 잎이 생기고, 영양을 공급받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믿음은 듣고, 보고, 실천해야 좋은 결실을 보게 됩니다.

어떤 이는 철학이나 신학을 공부하면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줄 알지만, 하느님 존재의 확신은 보고 듣는 것으로만 아니고 느낌이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사고나 인간적 추리력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느낌입니다. 보고 듣는 바를 각도를 달리하면 감탄과 감격을 느끼게 됩니다. 여름에 태양이 뜨면서 밤의 냉기를 뜨겁게 달구지만 각도에 따라 열의 전도가 다릅니다.

여름에 태양이 중천에 뜨면 뜨겁고 더위를 느끼는데 겨울은 각도의 차이로 태양이 뜨겁지도 않고 덥지도 않습니다.

이같이 하느님을 보는 각도에 따라 믿음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겨울에 사이판에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눈 구경 못 하고, 따뜻하고, 사방에 꽃과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었습니다. 태양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 차고 뜨거운 것과 같이 내가 하느님을 보는 각도에 따라 하느님의 모습을 보게 되어 무섭고, 두렵고, 무안하고, 원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내가 보는 각도가 다르면 하느님은 자비와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느낌을 주는 것은 숨을 한 번 쉴 때 산소가 공급되는 것을 느끼고, 땅에서 먹거리와 물이 나오는 것이 내 생명의 원천인 것을 알고 느끼면 감사와 찬미가 절로 나옵니다. 그 생각으로 다이돌핀을 받고, 삶의 힘이 생기고, 하느님의 현존이 나에게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고 믿음을 강하게 가질 수 있습니다.

“너희가 듣는 것을 듣고, 보는 것을 보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저는 모든 것에서 모든 것을 보고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아침저녁에 부릅니다. 숨을 쉬도록 산소가 있어서이지 내 심장이 움직여서가 아닙니다. 산소가 없으면 심장이 뛰어도 숨을 멈춥니다.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믿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