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신 귀한 사람을 못 알아본다. <마태 17, 10-13> 12월 12일

세상을 살아가는데 너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부모님이 나를 낳으셨기에 세상에 살기 시작했고 나를 낳을 때 돌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나오자마자 이 몸을 씻기고, 깨끗하게 하고, 간호사들이 나를 숨 쉬도록 두들겨 주고 나서부터 귀한 사람의 도움으로 살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나보다 앞서 있는 사람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엘리야를 주님 앞에 보내셨지만,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엘리야이며 하느님이 보내신 귀한 사람들입니다.

여기 수도원에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앞에 와서 나를 이끌고 길을 가도록 했는지 다 헤아릴 길 없습니다. 또한, 사제의 길을 가도록 도와준 사람들, 나에게 한 끼 밥이라도 만들어 준 사람들. 그분들 중 먼저 간 분들의 영정사진이 수도원 지하 성당에 있습니다. 제 방에는 특별히 깊은 관계지은 세 분의 영정사진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만나고, 저녁 자기 전에 만나고, 기도하고, 함께 지내는 분들입니다. 그들은 분명히 나의 엘리야입니다. 저에게 귀한 분들입니다. 그 외에도 나를 바로 가도록 충고하고 길을 안내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공자님이 “두 사람이 길을 함께 가면 그중에 한 사람은 나의 스승이다.” 하셨습니다.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지녀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하느님은 위대한 우주의 창조를 시작하셔서 하늘과 땅을 만드시고 해와 달, 땅과 물, 바다와 육지, 온갖 초목, 바다와 강의 물고기, 하늘의 새들, 땅의 짐승들 만드시고 사람을 하느님과 같은 모양으로 귀하게 만들어 함께 살도록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각 사람은 너 없이 살 수 없도록 하시며, 각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을 매시간 보내주시고, 만남의 인연을 맺게 하셨습니다. 그중에 먼저 앞에 있는 사람이 저에게 가장 중요하고 귀한 사람입니다. 수도원은 나이가 많아도 들어온 순서대로 차이가 있습니다. 직무에 따라 순서가 정해지지 않고 직무를 놓으면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권위주의에 찌든 사람은 “내가 누구였는데” 하지만, 이런 차별 없이 들어온 순서가 원칙입니다. 저를 찾아오는 쌍둥이 형제가 있는데 먼저 나온 사람이 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니 뱃속에서 동시에 생기고 10개월 함께 자랐으니 “똑같다.”이지만 세상에 먼저 나온 순서에 따라 형이니, 아우니 합니다.

불가에서는 현세에서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인연이 깊었다고 합니다. 그보다도 이승에서 한번 눈길을 받았으면 서로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고 서로 존경하고 귀하게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저는 이런 습관이 있습니다. 한번 만난 사람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작은 선물이라도 주신 분은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기억이 됩니다. 그래서 감사 기도를 드리며 살아갑니다. 멀리 있어도 기억되는 사람, 고마운 사람입니다. 치매가 걸리지 않는 이상 지나간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사는 것은 앞에 있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저는 수도자로서 선배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선배이기 때문에 예전에 별로 친근감이 없어도 부탁하는 일이 있으면 들어주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심부름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반성의 시간을 가지면 부끄러운 일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나보다 앞에 서 있는 사람, 옆을 지나는 사람, 뒤에 따라오는 사람과 서로 사랑하며 하느님 나라에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