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에 응답하라 <마태 7, 21. 24-27> 12월 3일

신학교 입학하고 가슴이 찡하는 소리는 교가를 부를 때였습니다. “진세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 하느님의 부르심에 이 청춘 바쳤어라.” 이렇게 시작한 사제의 길을 닦으면서 수없이 들은 말은 “사제가 되기 전에 사람이 되어라.” 이었습니다. 사제 생활을 60년 하는 동안 순간순간 부르심이 있어 응답의 연속이었습니다. 응답이 없으면 오늘 복음에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신 것같이 올바른 사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말은 쉬워도 실행은 어렵습니다.

한 번의 부르심에 “예”하는 응답이 아니라 응답에 따르는 실천이 있어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소리는 듣고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있는가?

아니, 하느님 부르심의 귀중함을 알아듣고 살고 있는가? 버렸다고 하면서 다시 찾아 챙기고 몸에 일어나는 현상에 더 민감하여 몸의 요구를 따르려고 주님의 부르심을 외면하고 살기에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사제의 길을 가라고 하십니다.

성경을 보는 순간, 무엇을 실천해야 한다고 하시고 말하는 내면의 소리에 따라 행동하라고 하십니다. 미사 때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면 신자들은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인사를 나눕니다. 여기에서 사제는 영의 소리에 응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도 됩니다. 새 아침을 허락하시며 하루 할 일을 주시고 찾아오는 사람에게 치유의 은사를 내리라고 하십니다. 어제 대구교구에서 대면 성사 주지 말라고 지시가 내려왔지만, 의사가 대면하여 병자를 고쳐야 하는 것처럼 정신에 병이 들어 우울증, 조울증, 상처를 크게 받고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고 있으면 비대면 상시가 아니라, 대면 상담을 해야 합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어느 날 말을 타고 길을 가다가 저 멀리서 나환자가 다가오니 말을 급히 몰고 지나가려고 하다가, ‘만일 저분이 주님이면 어찌할까?’ 말에서 내려 환자를 끌어안아 주고 그의 고통을 위로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만난 그 환자가 밤에 찾아왔는데, 그분이 주님이었다고 합니다. 판공성사를 무작위로 보지 말라는 말이지 영혼에 병이 들어 해결하지 못하고 치유 받지 못하는 사람은 합당한 절차에 따라 만나봐야 합니다. 죽어가는 환자를 위로하고, 편히 주님께 가기를 기도하고, 평화를 주는 일은 코로나가 있어도 사제는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주님이 그때그때 필요한 일을 하도록 부르시는 소리를 듣고 응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대의 사목 방향도 있습니다. 매스컴, 전자 기계들을 이용하여 카톡이나 SNS를 통해서, TV를 통해서 강론 및 믿음에 힘이 되는 소식을 전해주고, 하느님의 소리를 들려주는 일은 필요합니다.

좋은 말 듣고 “아멘”을 하는 것은 실천하겠다는 결심이며 약속입니다. 그러니 듣고 좋은 마음으로“예”하고 실천하는 믿음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기쁜 마음으로 응답하는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