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먹고 살자 <마태 15, 29-37> 12월 2일

주님은 많은 군중을 데리고 갈릴래아 호숫가 산으로 올라가시어 눈먼 이들, 말 못 하는 이들 등, 모여 온 불구자들과 함께하시며 치유와 말씀을 나누다가 먹을 때가 지나도 먹지 못해서 쓰러질지 모르니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자고 하셨습니다. 주님이 광야에서 40일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기도하신 다음, 악마는 돌로 빵을 만들어 먹으라고 했으나, 마다하시고 유혹자를 떠나보내셨지만, 모두를 위해 물고기 약간과 일곱 개의 빵으로 수많은 사람을 먹이셨습니다. 당신을 위해 기적을 행하지 않으시고 모두 함께 살기 위한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저는 1963년 사제품 받고 일선에서 사목활동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오는 밀가루 등 먹을 것을 나누었습니다. 제가 사목할 때 그것마저 떨어지고 보릿고개 등 식생활이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1965년도 본당 신부 된 다음 배고픈 사람들 먹을 것을 마련하기 위해 쌀농사, 땅콩 농사, 야채 농사지었습니다. 성당 뒷마당에는 닭과 돼지를 키우고, 닭은 알을 빼서 돈을 만들고, 부화장은 알을 까서 닭을 키워 나누어주고, 기르는 돼지는 거의 판매하지 않고 본당 잔칫상에 올려놓았습니다. 함께 먹고 마시며 흥겨운 본당 생활을 했습니다.

그 당시는 마을에서 잔치가 있거나 명절이 되어서야 돼지고기 한 점 먹는 것 외 고기 잔치가 없었습니다. 40여 년 사목 생활하는 동안 어느 해는 소 가격이 내려가서 농민이 고생할 때 마을 단위로 소를 도살할 권한이 있어 소를 잡아 잔치하는 때도 있어서 저도 두 차례 소를 잡아 잔치한 적이 있었습니다. 잔치 신부로 이름이 났지만, 저는 상 한번 받은 적이 없고, 젓가락 하나 들고 이 상, 저 상 다니며 한두 점 얻어먹고 함께 웃으며 노래하고, 춤추며 모두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희망찬 날을 보냈습니다.

이런 기적을 미사 시간에 보게 되고 보아야 합니다. 수백, 수천 명이 한 제대를 중심으로 모여 주의 만찬과 십자가 제사를 드리는 시간입니다. 모든 사람이 주님의 잔칫상에 초대받아 하느님의 자비와 하느님과의 일치가 이루어지고, 마침내 함께 하느님의 생명에 참례하게 됩니다. 가나안에서 물이 술이 되게 하신 기적과 십자가의 죽음을 부활로 새 생명을 받는 기적 속에서 우리는 주님의 몸과 피를 마음속에 모시게 됩니다. 이 이상 더 큰 기적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기적의 빵을 먹고, 또 그 기적을 기다리며 찾아오던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매일 미사에 참례하면서 이 기적을 모르고 지나면 기적의 효과를 받지 못합니다. 기적보다 더 큰 기적을 매일 미사 때 받는 것을 마음 깊이 깨우치고 미사에 참례하기를 기도합니다.

미사야말로 함께 먹고 사는 기본이 믿음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나누어 먹고, 함께 사랑을 나누고, 너 안에 있는 주님을 내 안에 오신 주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 때, 바로 그곳에 하느님 나라가 임하시게 되어 하느님 나라에서 함께 먹고, 마시고, 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