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현존 안에 사는 사람 <루카 10, 21-24> 12월 1일

우리는 주님의 오심을 왜 기다리며, 기다려서 만남은 무엇인가? 오늘 복음에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보고 기뻐하는가?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사는 사람만이 그 행복을 느끼고 만끽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님을 믿기는 했지만, 주님을 보는 눈을 갖지 못하여 어느 날 보고야 믿고 주님을 따라 살겠다고 보여 달라고 개인 피정을 했습니다. 만 8일 동안 골방에서 주님이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하루는 이 말씀을 들었습니다. “너 나를 보려면 네가 가진 바를 다 버리고 나를 따라야 한다.” 그때 내가 버리지 못한 것은 즐겨 피우던 담배였습니다. 그래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네, 버리지요.” 하고 피정하는 동안 피우겠다고 준비한 담배를 다 버리고, 끊었습니다. 이틀 지나서 아침에 거울을 보니 내가 아닌 사람이 거울에 비치기에 “너 누구냐?” 하니 “내가 하느님이다.”하여 자세히 보니 내 모습이지 하느님으로 보이지 않아 “아니, 난데?” 하니 “성경을 처음부터 다시 보아라.” 하시기에 창세기를 보니 그 안에서 기다리던 주님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너를 만들 때 나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하시는 소리를 듣고 나를 하느님 모습으로 만드신 하느님 아버지를 찬미하고 주의 기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부르며 감사, 찬미, 찬송하는 의미를 깨닫고 주님의 기도가 현실 속으로 다가오며 습관적 기도가 아니라, 살아있는 기도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 후 가장 미워하고 싫어하던 형제를 하느님처럼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길을 걸으나, 기차를 타나, 버스를 타나 하느님을 만나게 되어 자리를 양보하고, 사목하면서 신자들이 하느님으로 보이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도 하느님으로 보이면서 원수까지 사랑하면서 살았습니다.

수도원 골방에 살면서 나 혼자가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살아서 묵상하고, 혼자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유, 평화, 기쁨을 느끼며 보이는 하느님을 기다리기보다 만나서, 어디서나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옛사람은 하느님을 만나려고 광야에 나가고, 상주 모동의 카르투시안 수도자 같이 평생 방에서 밖을 나가지 않고 침묵 속에 사는 고독한 삶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보고 느끼며 사는 삶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삶은 누구나 가능합니다. 어디나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찾아 만나면 바로 그것이 행복입니다. 주의 기도문을 외우지만 말고, 그 의미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고백하면서 자비로우신 아버지는 이 세상에 생명을 주시고 하느님이 거룩히 빛나시는 것처럼 나도 하느님의 거룩함을 지녀서 빛을 내고, 하느님 나라가 임하십니다. 하느님 나라의 자유, 평화, 기쁨을 누리고 살면 하느님 아버지에게 효도하듯 아버지의 뜻을 내가 사는 땅, 머무는 곳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마음 깊이 새기고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는 삶을 살면 뒤에 따라오는 청원은 다 이루어집니다.

일용할 양식<생명에 필요한 것> 다 주시고, 용서가 어렵다고 하지만 원수를 용서하는 능력을 주시고, 유혹에 벗어나게 하시고, 온갖 악에서 생명을 구해주십니다. 어제 밤새껏 꿈에 주의 기도를 묵상하고, 해설하는 꿈을 꾸고 일어나 다 전하지는 못하지만, 핵심을 전해드립니다. 꿈에 계속된 말씀은 “주의 기도 의미를 알고 드리면 하느님이 언제나 그곳에 현존하신다.”란 말이었습니다.

모두 주의 기도를 습관적, 형식적으로 드리지 말고, 말의 의미를 마음 깊이 새기고 드리면서 각자 안에서 아버지의 현존을 느끼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