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지키는 사람처럼 주님을 기다리자 <마르코 13, 33-37> 11월 29일

우리가 잠을 자도 경비원은 공장이나 아파트나 잠을 자지 않고 지켜야 합니다. 아무런 예고 없이 사고는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대림 시기는 문자 그대로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교회 달력으로 오늘부터 새로운 날이 시작되고 아주 귀한 주님의 오심을 새벽부터 일어나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사 주간을 깨어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며 주님의 오심을 기다립니다. 저는 나이가 들어 수도원에서 아무 일도 맡지 않고 문지기 모양 항상 깨어 죽음의 날을 기다립니다. 요사이 저에게는 매일, 매시간 파수꾼이 밤을 지키듯이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그저 주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급한 일은 없지만, 주일도 4시에 자명종을 맞추어 놓고 일어날 시간을 기다립니다. 주일은 더 좋은 귀한 시간입니다. 기도 전에 2시간 깨어서 묵상하고 글을 쓸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 모든 사람에게 깨어 있으라 하시지 않고, 문지기에게 깨어 있으라고 분부하십니다. ‘이 문지기는 바로 나다.’ 생각하면서 ‘늘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겠구나’ 생각하니 행복해집니다. 길거리는 나가보니 벌써 주님은 와 계시며 성탄 트리, 성탄 찬미가 울려 퍼집니다. 주님을 기다리지 않고 오신 주님을 즐기는 시간처럼 보입니다. 이 행위는 상행위입니다. “성탄 시기이니 기쁘고 즐겁게 지내자” 오신 분이 누군지 모르고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도 모르고 주님이 오신 날을 기념합니다. 아니, “즐기고 기뻐하는”이 아니라, 문지기가 언제 올지 모르는 사건을 앞에 놓고 긴장하고 깨어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이 세상의 흐름에 마음 빼앗기지 말고 착실히 깨어 기도하며 주님이 문을 두드릴 때 문을 열어주고, 일어나는 일에 적응하며 할 일을 해야 합니다.

어제 김천 시청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시는 신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는데, “평화동 산기슭에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언제 급한 사정이 생길지 긴장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들이 갑자기 병이 걸리든지 사건이 일어나면 급히 대처해야 하기에 준비하고 방문도 합니다.” “얼마나 살고 있는가?” 하니 “매일 늘어납니다.” 방이 없어 건물 옆 사람 몸 하나 들어갈 수 있는 쪽 방에서 주소도 없어 큰 집 주소에 붙어 있고, 집주인이 그런 사람에게 방값은 싸게 하지만, 쪽방촌이라고 합니다. 그런 사람을 주님처럼 늘 만나는 직업입니다.

이것은 그저 생각뿐이지만 우리는 어떤 주님을 기다립니까? 화려하게 꾸민 구유에 오시는 주님을 기다린다면 주님은 “나는 그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저 쪽방으로 들어간다.” 하실 것입니다.

어떤 주님입니까? 금빛 찬란한 제의를 입고 울긋불긋한 장식을 꾸민 집일까? 아니면 먹을 것 없이 쪽방에서 병든 사람, 굶주리는 사람. 죄를 짓고 쪽방에서 떨고 있는 사람, 갈 곳 없이 길을 헤매는 나그네일까? 종말에 엄위를 갖추고, 왕관을 쓰시고, 금 지팡이를 들고 오시는 주님입니까?

아닙니다.

기도 속에 내게 가까이 오는 사람은 병들고, 배고프고, 올 데 갈 데 없는 사람입니다. 어제 두 남녀가 집 문제, 직장 문제에 시달려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깨어 기도하지 않아서 잃어버린 주님이다.’ 생각합니다.

상담자를 만나며 혼자 ‘주님이시다.’하고 의식하면서 준비를 하고 약간의 간식과 할 말을 준비하여 만납니다.

어느 날 성당 뒤편에 가서 수도원 피정 온 사람 뒷모습을 보고 혼자 ‘저 사람 나를 만나야 하는데’하고 돌아오면 그다음 바로 그 사람이 저를 찾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을 주고받고 울다가, 평화를 얻고 집으로 가는 뒷모습은 행복해 보입니다. 어느 때는 별 볼일 없이 문간에 나갔다가 사람을 만나 “신부님, 잠깐 할 말이 있는데요”하고 세 시간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런 분을 만나는 시간은 주님을 만나는 시간이며, 저에게는 주님의 성탄만큼 기쁘고 행복합니다.

여러분 주위에 이런 어려운 사람 만나면서 행복하게 주님의 날을 깨어 기다리는 사람이 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