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힘은 발끝에서 나온다. <루카 21, 12-19> 11월 25일

구약의 “삼손과 데릴라” 이야기 중에 힘이 장사인 삼손을 이기지 못한 적군은 미인계를 사용, 데릴라를 가까이 가게 하여 삼손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가 보니 머리카락에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깎으니 힘이 빠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사람은 박해를 받고 어려움을 겪어도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하신 말씀은 하느님의 능력이 머리카락까지 임하신다는 말씀으로 순교자나 믿음으로 고난을 겪는 사람의 힘이 되어주신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하느님의 힘으로 살고 있습니다. 하루는 어느 수사님이 제 나이가 수도원에서 제일 많은데 “신부님은 100살 이상 살 것입니다.” 나이에 비해 건강하다고 하는데 저는 “아니요”하고 속으로 ‘자고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데’ 하고 생각하다가, 힘은 어디서 받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도 발가락 운동을 하고, 일어나 앉아서 손가락 끝을 지압하고 나면 정신이 돌아오지만 믿는 것은 주님입니다. 일어나 힘을 얻는 것은 성호경입니다. 몸에 십자가를 놓으면서 하루를 힘 있게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따름은 전심전력을 다해야 하고 주님을 위해 털끝 하나도 남기지 않아야 합니다. 머리카락 하나도 다 세어두셨으니 전심으로 주님을 따름에 게으르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기도 전 성당에 들어가서 그래도 힘이 없으면 손가락 하나하나 지압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주님을 향해 오늘 할 일을 생각하며 앉아 있으면 힘이 생깁니다.

무서운 일을 당하거나 걱정스러운 일을 당하면 “머리카락이 삐쭉 선다.” “머리카락이 어지럽다.” 합니다. 이는 전신이 힘이 든다는 말입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나 하나쯤 이렇게 살아도 되겠지!” 하며 함부로 살면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나라가 바로 되는 길은 네가 아니라 나입니다. 수도자가 외출을 나가면서 힘을 얻는 것은 장상에게 허락을 받고 나가는 것입니다. 만일 허락 없이 수도원 밖으로 나가면 규칙을 어기는 것일 뿐 아니라 수도원 전체를 흔드는 것이 되고 마음이 불안합니다.

어제 수도원에 들어온 청원자 한 사람도 소중하고 바로 살도록 해야 합니다. 금요일이면 중요한 일을 하던 후배 신부님이 요양하려고 수도원을 떠나는데 ‘내 마음이 왜 이렇게 한쪽이 빈 것같이 느껴지는가? 이렇게 사람은 이끌리면 무엇을 잃은 것같이 느껴지는가 보다.’ 그러나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하신 것같이 있는 힘을 다해 참고 견디어 내일을 살아야 하고, 그 이상의 고난이 와도 참고 견뎌야 합니다.

 ‘참으로 작은 일 하나가 생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세상에는 많이 있구나.’ 생각하면서 저에게 오는 상담자가 당하는 일을 더 성심껏 듣고 그 사람이 되어 문제에 접근해서 대화를 나누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하느님을 찬미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주님을 따르는 사람의 행위 하나하나 챙기시고 용기와 힘을 주시는데, 나는 가끔 잊고, 절망하고, 희망이 없는 것처럼 산 것을 반성하면서 마음먹고 주님을 향해 나가야겠다고 결심합니다.

또한, 각 사람의 개인적 사정에 서로 마음 쓰며 인내로써 생명을 얻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