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끝은 없고 영원하다. <루카 21, 5-11> 11월 24일

오늘 복음은 예루살렘의 멸망과 성전의 파괴를 예언하신 말씀이지만, 오늘 우리의 바르지 못한 삶을 지적하시며 말씀하신 것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시작부터 악과 선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악의 승리는 없고 선은 승하고 영원히 지속합니다. 악의 끝은 예견할 수 있지만, 선의 끝은 없고 영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를 알려준 것은 각자 안에 현존하는 양심의 법입니다. 시편 36, 12-29를 보면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여라. 영원히 남으리라. 의를 사랑하시는 주님은 당신의 성도를 아니 버리시나, 악인은 망하고 그 종락도 끊어지리라. 의인은 땅을 차지하여 길이길이 거기서 살으리라.”

오래전에 와우 아파트가 무너져 박살이 난 사건은 불량 재료로 마구 지은 결과였으며 성수대교의 무너짐도 같은 원리입니다.

사람도 기초가 부실하면 오래 견디지 못합니다. 코로나는 면역력과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요사이도 스포츠 선수들은 연습도 하고 운동 시합도 하는 것은 바로 면역력과 힘입니다.

악이란 그 자체 힘없는 모래성과 같고 선이란 단단한 쇠와 돌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재료는 부실합니다. 구약에 바벨탑을 쌓던 사람이 실패는 하느님을 대적해서 세상의 재료로 탑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악에 찌든 우리 삶을 평화와 기쁨의 삶으로 만들려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절망할 일은 아닙니다.

어느 날 수녀원에 입회하여 힘든 일을 당한 수녀가 “저는 성소를 이렇게 얻었습니다.” 저녁에 밖에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어둠이 다가와서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 집으로 가자”하며 달려가다가 깨달은 다음 세상의 바벨탑을 버리고 수녀원으로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신의 성소는 하느님 집에 안식이 있고 수녀로 사는 것이 가장 합당한 일입니다.

악에서 선으로 전환은 작은아들의 비유에서 증명됩니다. “아버지 집으로 가자”가 시작입니다. 이 세상의 성전은 무너져도 하늘의 아버지 집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하루는 잠을 자면서 꿈을 꿨습니다. 6.25 후 길거리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상이군인이었는데, 저를 절뚝거리며 쫓아오기에 길을 따라 도망가도 계속 따라와서 피할 길이 없어 쩔쩔매다가 마침 높은 산이 옆에 있어 ‘저 사람은 저 산을 절뚝거리며 오를 수 없으니 나는 산을 오르자’ 하고 산을 오르니 상이군인은 쫓아오지 못했습니다. 오를수록 돌이 황금빛으로 변하고 마침내 정상에 오르게 되니 잡고 오를 도구가 없고 약한 풀밖에 없었지만, 마음속으로 ‘모든 성인이 이 풀을 잡고 올랐으니 나도 오르겠다.’고 하여 올라서 보니 광활한 큰 길이 있어 어느 수녀님과 함께 <그 수녀님은 살아있는 분이며 제가 성소에 최고의 위기일 때 피정시켜 주신 분입니다. 꼬마 공주라 합니다.> 그 길을 한없이 걸어가다 꿈을 깨고 내 길은 세상이 아니라 저 높은 하느님의 길이라 생각하고 수도원에 입회해서 지금도 60년 이상 그 길을, 세상과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죽음도 멸망도 없는 영원히 빛나는 탑을 세우며 영원한 놀이터에 살고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온유한 사람 땅을 차지하리니”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은 선한 사람입니다.

악이 들끓는 그곳 세상의 탑을 쌓고 안전을 기하는 곳 아닙니다. 주님의 집, 시온 산에 자리 잡기 위해 오늘도 주님을 찾아 헤매고, 내일도 찾아 나서며 멸망하지 않는 나라에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