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왕을 기다려야 하는가? <마태 25, 31-46> 11월 22일

이승만 대통령이 3월 15일 부정 선거로 쫓겨날 때 어른들은 “이건 아니다.” 지난 시대 이씨 왕조를 생각하면서 “어찌 신하들이 임금을 쫓아내는가? 배은망덕한 민초들의 행동이다. 하며 4·19 혁명 세력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민주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말입니다. 나는 이씨 조선 왕국의 절대적 권한을 가진 왕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교회가 300년간 지하에 숨어 있다가 종교 자유를 얻자 어떤 형태로 할까 하다가 로마의 강력한 군주제도를 그대로 답습하여 교황, 추기경, 대주교, 주교 제도를 본받고 교회 제도의 모든 권한은 위로부터 내려왔습니다. 그래서 강력한 교회 교계제도가 생겨서 모든 책임을 지고 교회란 공동체를 이끌어 가게 했지만, 지금은 교황, 교회의 구성원, 성직자, 평신도의 차별이 없어졌습니다. 직책상의 책임 자리라고 2차 바티칸 공의회가 선포했습니다. 교회의 운영도 성직자 단독이 아니라 평신도 단체가 함께 민주주의적 방식에 따라 비밀 투표로 사람의 일을 선택하는 교회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교회는 피라미드식 교회 제도에 몰입하고 있으며, 새로운 교회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님은 고관대작들의 모임 속에 우뚝 선 왕으로 오시지 않았습니다. 오늘 복음을 깊이 보면 영광과 엄위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주님은 굶주린 모습, 목마른 모습, 나그네 모습, 헐벗은 모습, 병든 사람의 모습, 감옥에 갇혀 있는 모습으로 늘 나타나신다고 하십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왕이 아니라, 남루하고 겉으로 보잘것없는 왕으로 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왕으로 모시는 분은 천사들의 옹위를 받으며 창과 긴 칼을 차고, 강력한 무기를 들고 오시는 임금님이 아닙니다. 오늘 그리스도 왕 축일, 봄에 일찍이 농부들이 눈물 흘리며 씨 뿌렸던 곡식이 풍요로운 추수에 이르게 하신 주님을 찬미하고 감사드리는 시간입니다. 저는 본당에서 그리스도 왕 축일은 추수 감사의 축제로 곡식과 가을 생산물을 봉헌 받아 공동체가 잔치도 하고 나머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남겨 놓고 굶주리는 사람, 헐벗은 사람, 목마른 사람, 나그네 된 사람, 병들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 안에 자리 잡고 계신 임금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제부터 수도원 찾아 저에게 상담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키위, 오렌지, 배즙, 초콜릿, 영양갱 나누어주며 그리스도 왕을 만나서 대접하듯 작은 실천을 하면서 내 안의 참 그리스도 왕과 만남을 체험했습니다. “바로 이거야” 전례 속 주님의 화려한 제의와 제단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모습으로 오신 주님, 내 작은 범위에서 그리스도 왕을 만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저녁 식사는 고기와 먹거리가 많이 나왔지만 한 사람의 상담자가 왜관에 늦게 오셔서 약속한 시각에 만나지 못했습니다. 급히 식사하고 손님 식당에 내려가 “오늘 저를 만나려고 합니까?” 묻고 조용히 40분 시간을 내어 하느님의 믿음의 중요성과 그분 나름대로 걱정을 풀어드렸습니다. 방에 오니 전주 지방에서 전화가 와서 전화 상담하며 저녁을 맞이하고, 늦게 잠을 자면서 ‘오늘 24시간 하느님이 주신 시간을 잘 보냈다.’하고 생각했습니다. 11월 22일 아침 4시에 일어나 묵상 글을 쓰고 그리스도 왕 축일을 전례 안에 지냅니다. 주님이 종말에 오시는 모습을 그리며 더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은 엄위하고 영광스럽고 화려한 옷을 입은 왕이 아니라, 바로 당신 옆에 있는 남루한 옷을 입고, 병으로 기침을 “콜록콜록”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의 왕임을 깨닫고 서로 사랑하는 관계가 이루어져 주님의 오심을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