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오신 하느님 나라 어디에? <루카 17, 20-25> 11월 12일

주님이 오심으로써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오셨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시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오신 하느님의 나라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이 땅에 존재하십니다. 성당도 아니요, 수도원도 아니요, 성상을 모신 어떤 장소도 아닙니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하심으로써 하느님을 찾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말하자면 하느님 나라는 우리 안에, 서로 사랑하는 사람 가운데 있습니다. 기도가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은 내 곁에 없으며, 빛이 없으니 주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없다고 합니다. 돈이 없다고 하는 사람, 돈 있는 것을 찾지 않고 돈이 없다고 합니다. 찾으면 돈은 어디나 있습니다. 폐지를 줍는 사람, 병뚜껑을 줍는 사람은 돈을 줍고 모으는 사람입니다.

본당 신부를 할 때 얻어먹고 사는 할머니가 일 년 내내 병뚜껑을 주워서 고물상에 팔아 60년대에 250원 내는 것입니다. 사는 데 힘이 든다고 하지만 말고, 남의 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력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저도 북쪽 원산에서 1948년도 월남해서 아버지는 직업이 없고, 산자락에 집을 짓고 살면서 방에 거적 깔고 살았습니다. 땔감이 없어서 기찻길에 떨어진 석탄을 주워서 난로에 밥을 지어 먹었습니다. 저는 15살부터 아르바이트해서 적은 돈을 벌어서 여덟 식구 겨우 살았습니다. 김장 때면 생각나는 일, 밭에 나가 무 추수하고 무청을 잘라서 버린 것 주워서 무청 김치 소금만 넣어 담아 먹었습니다. 감자 이삭 주워서 식량에 보태고 살다가 6.25 때는 밥 먹기는 조금 나은 시기였습니다. 폭격으로 공장이 무너져 떨어져 나간 나무를 한 토막씩 집으로 오는 길에 주워서 어깨에 메고 모은 땔나무가 가득 모여 땔감 걱정 없이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인천 배다리 시장에서 채소 장사하시며 살다가, 내가 부산에 가서 부두 노동하면서 벌고, 나중에 부산에서 셋방 얻어 살다가 하꼬 방을 하나 사서 살았습니다. 저는 18살에 공부하기 시작해서 수도원에 들어오게 되면서 어렵게 살았지만, 한 번도 실망한 적은 없었습니다. 주님이 내 안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여기 있다. 저기 있다.”가 아니라, “너희 가운데 있다.” 이 말씀은 참으로 나란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나 중심이 아니라, 나와 함께 모든 사람의 마음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생각하며 세상 사는 것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제 병원에서 의사와 대화하면서 “3년 전에 돌이 췌장에 생겼는데, 매일 걱정만 하게 됩니다.” 하고 말하니 “하느님 만세입니다.” 말하자면 “하느님만이 아신다.” 즉, “당신 안에 있는 하느님이 신부님을 보호하신다.”라는 말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며 저 멀리 하늘만 보지 말고, 내 안의 하느님과 내면적 친근한 만남을 의식하면 내 안의 하느님 현존과 하느님 나라가 내 안에 현존함을 알게 합니다. 모두 자기 안에 하느님의 나라가 현존함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며 살 때 각자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기쁘고 즐겁고 행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