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사는 것이다. <루카 17, 7-10> 11월 10일

세상에 나온 사람 중 나와야 할 의미를 가지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렇게 이렇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습니다. 초대받은 사람은 차려놓은 음식을 먹을 따름이지 “이것 내라, 저것 내라”할 권리가 없습니다. 있는 것을 먹어야 하듯 세상에 나와서 이런 사람이 되고, 저런 사람이 되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신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사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높이 솟은 산을 오를 뿐이지 산 높이를 새로이 만들면서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존재에 순응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태양을 자기 시간에 맞춰서 떠오르고 지게 하지 못하고,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지구의 자전을 따라 아침과 저녁을 맞이하고, 위도에 따라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을 맞이하며 계절에 순응해서 살고, 자기 생긴 대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주님의 뜻에 따라 살아서 실천한 것을 자기 자랑으로 여기지 못하고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사제가 되었다고 자기 하는 일이 특별하여 어떤 보상 심리로 일을 하든지 자기 일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면 이는 착각입니다. 착각을 일으키면 오류가 나옵니다.

세상의 일은 세상의 것입니다. “저는 사제였는데 제 자리는 어딥니까?” 하고 자기 자리를 찾으면 높이 오르고자 하는 교만한 심리입니다.

사람은 소임에 따라 일이 주어집니다. 일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소임을 참으로 성실하게 했으면 할 일을 다 했을 뿐입니다.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같은 일꾼으로 하느님의 뜻을 따라 할 뿐입니다. 유다는 돈주머니를 관리하는 사람으로 주님 앞에서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했습니다. 죄인인 여자가 주님의 발에 향유를 뿌리며 죄의 용서를 청할 때, “그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면 좋은데” 했지만, 가난한 이는 어디나 있다고 주님은 말씀하시며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 하시고 자기에게 맡겨진 일로 자기 자랑하려다가 망신을 당했습니다.

“나는 수도자로서 이런 일, 저런 일을 했다.”고 자랑한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자기를 앞세우는 사람이 됩니다.

선행하면서 나팔을 불며 행하고, 보상을 구하면 해야 할 일을 할 뿐인데 공로 의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입니다.

받을 생각으로 애긍을 하면 그는 순수한 마음, 깨끗한 마음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어서 하느님의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우리 믿음은 공로 의식을 강조한 나머지 앞다투어 공로를 세우려고 한다면 해야 할 일을 순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 받기 위한 일일 뿐입니다. 우리의 모든 일은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드러내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주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는 믿음의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