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준비하는 지혜로운 사람 <마태 25, 1-13> 11월 8일

일을 앞두고 준비가 없으면 일이 닥쳤을 때 당황하고, 일을 망치기 쉽습니다. 하루를 잘 지내려면 잠을 잘 자야 하고, 하루를 허락한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과 생각 없이 해가 동쪽에 떠 있으니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의 하루는 다릅니다. 며칠 있으면 수능시험이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준비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시간을 이용하여 잘 준비한 사람과 못한 사람은 시험 결과가 알려줍니다. 그 많은 일 중에 가장 준비를 잘해야 할 일은 각 사람의 죽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랑이신 하느님을 만날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지니고 살며 이 세상 끝날 기쁘게 맞이할 준비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오늘 비유에서는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어리석은 처녀들이라고 했습니다. 어둠을 비추려면 언제나 있어야 하고,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차 기름이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차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지혜롭게 죽음을 준비하려는 사람은 기름처럼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지혜로운 처녀들의 말이 야속하게 보였지만, 준비는 “항상, 언제나”가 붙으면 그 기름은 사람의 인격, 인품,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험공부는 시험이 닥쳐서가 아니라, 일상에 준비해야 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준비 시간은 지금입니다. 현재형입니다.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내재한 덕이며 진실과 사랑 안에 지금 살고 있어야 합니다.

죽은 다음 준비할 수 없으니 죽기 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11월은 위령성월이라고 하지만, 각자의 죽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수도자들은 자기 전에 자기반성과 죽음을 준비하는 기도를 드리며 마지막 저녁기도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도가 습관적으로 되면 착실한 준비가 부족합니다. 우리의 삶도 매 한 가지입니다. 죽음이 임박해서야 “어떻게 하지” 후회하지 말고, 죽음이란 말이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죽음이 임박해서는 신랑을 맞이하듯 기쁨과 즐거움으로 성인 성녀들이 두 팔 벌리고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면서 맞이한 것같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준비 중에 가장 필요한 준비는 가난한 마음입니다. 늘 세상을 비우고 하느님의 나라가 가득해야 합니다.

완전한 준비는 내 안에 내가 없는 상태입니다. 죽음은 자기 안에 자기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욱 낮은 자리를 찾고, 더욱 어린이가 되고, 겸손과 온유한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매사를 감사하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무엇을 받아서가 아니라, 희망이 없어도 받은 것이 없어도 희망하며 감사하는 마음 즉, 죽음이 끝이라 생각하면서 죽음 뒤에 더 큰 행복이 따라온다는 것을 알고 믿는 마음입니다. 행복의 길에 비록 우리의 삶이 가난, 슬픔, 무시당함, 불의 속에 살고, 내주고, 마음이 비어 있어도, 분쟁 속에 있어도, 박해를 받아도, 모욕과 미움을 받아도, 욕을 먹어도 잘 참고 견디고, 늘 기뻐하고 즐거워하면 희망이 있다고 감사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구약성경의 “욥”은 참으로 삶과 죽음이 함께 현존하는 삶을 사신 분입니다. 누구나 믿음, 희망, 사랑을 따라 사는 사람은 언제나 지금 죽음을 잘 준비하는 지혜로운 사람입니다.